“임원 왜 안 내보내?”…'협력사 갑질' 포스코케미칼에 과징금

중앙일보

입력

포스코케미칼이 협력사 임원 자리를 만들어 자사 직원들을 보내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맞았다.

공정위는 6일 포스코케미칼이 협력사 19곳의 중요 경영 사안을 간섭하는 등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5억8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케미칼 본사. 연합뉴스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케미칼 본사. 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부터 협력사의 인사, 지분 등 내부 사안을 간섭하는 '경영관리 기준'을 만들어 운용했다.

포스코케미칼은 내화물 제조·시공, 생석회 제조 등 직접 수행하던 업무의 일부를 자사 직원이 퇴직 후 설립한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외주화했다. 1990년부터 2019년 사이 이렇게 설립된 협력사가 19곳에 이르렀다.

포스코케미칼이 이들 협력사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경영관리 기준'엔 임원 임기를 4년 기준으로 하되 2년을 추가할 수 있고 임원 연봉을 각각 사장 1억9000만원, 전무 1억4700만원, 상무 1억3500만원으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협력사의 이익잉여금, 배당률, 지분 구성 등까지 포스코케미칼이 규정했다. 특히 협력사끼리 지분을 교차 보유하도록 해 특정 협력사가 자율적으로 경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아울러 경영관리 기준에 설정된 임원 임기가 끝나면 자사 부장급 이상에서 후임자를 선발하고, 후임자는 전임 임원의 지분을 인수해 부임하게 했다. 이런 관행에 소극적인 협력사에는 '임원을 왜 안 내보내느냐', '정말 다 잃고 나갈 것이냐'라며 압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19개 협력사의 모든 전·현직 임원은 포스코케미칼 내부 직원 출신이었다. 포스코케미칼은 협력사별 경영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해 협력사 평가에 반영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이 다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거래 내용과 무관한 내부 경영사항 전반에 광범위하게 간섭한 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것으로, 대기업이 거래 상대방인 협력사를 자신의 하부조직처럼 인식하면서 관리해오던 관행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케미칼 측은 "협력사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에 의한 협력사 소속 근로자 이익 침해, 이에 따른 제철소 내 조업 불안 야기 등 과거 협력사에서 발생한 여러 폐단을 미연에 방지하고 안정적인 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영관리 기준을 정립해 내부 지침으로만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의 처분을 존중하며 처분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향후 개선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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