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휴대전화 번호 변함없이 가입 회사 바꾸게 되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철이는 최근 휴대전화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어요. 우울해 있던 차에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게임을 주로 하고 통화를 적게 할 경우 요금이 싼 회사의 상품 광고를 발견했습니다.

워낙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처음엔 부모님과 의논해 이 회사로 옮기고 새 전화번호를 받을 생각도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어요. 자신의 번호를 알고 있는 1백여명의 친구들에게 새로운 번호를 일일이 알려줄 것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죠. 그러나 이 같은 고민은 내년 1월 1일부터 하지 않아도 돼요.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지 않고 서비스 회사만 바꿀 수 있는 휴대전화 번호이동성(MNP: Mobile Number Portability)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죠. 용어조차 생소한 번호이동성 제도란 도대체 뭘까요.

◇언제.어떻게 시행하나=내년 1월 1일부터 시작하는데 휴대전화 번호별로 시기가 좀 달라요. SK텔레콤(011.017) 가입자는 내년 1월부터 마음대로 KTF(016.018)나 LG텔레콤(019)으로 서비스 회사를 옮길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011로 시작하는 자신의 번호는 그대로 쓰면서 요금은 바꾼 회사에 낸다는 뜻이죠. 내년 7월 1일부터는 011.017 가입자는 물론 016과 018 가입자들도 마음대로 서비스 회사를 바꿀 수 있게 됩니다.

2005년 1월 1일부터는 마지막으로 019 가입자들까지 마음대로 서비스 회사를 바꿀 수 있어 완전한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됩니다.

◇서비스 회사를 바꾸려면=가장 먼저 새로 선택한 서비스 회사 대리점을 찾아가 2천원 정도의 번호이동성 업무처리비와 새로운 서비스 가입비를 내야 합니다.

현재 가입비는 KTF와 LG텔레콤이 3만원, SK텔레콤은 5만5천원인데 2005년 번호이동성 제도가 3개사 모두 시행되면 2만원대로 내릴 것 같아요. 가입비가 비싸면 가입자가 적어질 테니까요. 기존 번호 회사에 대한 서비스 해지는 새로 옮기는 회사 대리점에서 대행해주기 때문에 별도로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면 전화기는 어떡해야 할까요. 바꿀 수도 있고 안 바꿀 수도 있어요.

휴대전화는 주파수를 이용해 무선으로 통화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SK텔레콤은 8백MHz대의 주파수를, KTF와 LG텔레콤은 1.8GHz대의 같은 주파수를 사용해요. 따라서 주파수가 같은 KTF와 LG텔레콤 가입자가 서로 회사를 바꿀 때는 전화기를 바꿀 필요가 없지만, SK텔레콤으로 옮길 때는 새로 구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바꿨는데 당초 생각한 대로 서비스 질이 좋지 않으면 어떡하죠.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회사를 바꾼 뒤 14일 이내에 서비스에 불만이 있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어요. 14일이 지나면 3개월 동안은 새로 바꾼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시행시기 왜 다를까=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을 거예요. 왜 시행시기를 똑같이 하지 않고 회사별로 시차를 둘까요. 그것은 LG텔레콤.KTF 등 시장점유율이 적은 회사에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해서죠.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은 9월 말 현재 3천3백만명 정도인데 이중 1천8백만명(54.3%)이 SK텔레콤 번호인 011과 017을 사용하고 있고, 1천만명(31.5%)은 KTF의 018과 016 번호를, 나머지 4백70여만명(14.2%)은 LG텔레콤의 019 번호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은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기술개발도 활발히 하고 좋은 서비스도 많이 개발합니다.

그래서 SK텔레콤 가입자들부터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게 한 거예요. 현재 이동통신 사용자 사이트인 세티즌(www.cetizen.com)에서 조사 중인데 30일 현재 응답자 7천9백47명 중 33.1%인 2천6백27명이 서비스 회사를 바꾸겠다고 답하고 있네요. 10명 중 3명 이상이 바꾼다고 하니까 내년 연말께가 되면 KTF와 LG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좀 높아지겠죠.

◇가입자와 국가경제에 어떤 득이 있나=3개 휴대전화회사 시장 점유율이 비슷하면 경쟁이 현재보다 더 치열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 나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우에 따라선 요금을 내려 가입자를 유치하려 할 겁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국민)들에게 득이 되는 거죠. 당장 요즘 신문광고를 보세요. KTF와 LG텔레콤이 내년부터 011과 017 가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인 서비스 조건을 내걸고 있거든요.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돼요. 서비스 회사를 옮기면서 휴대전화를 많이 바꿔야 하니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팬택&큐리텔 등 회사들은 벌써부터 웃고 있답니다. 회사마다 내년 국내시장이 올해보다 20% 정도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휴대전화도 바꿀 때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요금을 조금 줄이려다 아직 쓸 만한 휴대전화를 바꾸면 자칫 배(요금)보다 배꼽(휴대전화 가격)이 더 커질 수도 있거든요.

최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