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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가족사 담은 카메라의 이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호 21면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양영희 지음
인예니 옮김
마음산책

북송 ‘귀국선’에 오른 오빠들과 생이별인줄 모르고 배웅을 나갔던, 흑백 사진 속 치마저고리 차림의 소녀. 아들 셋을 북에 바친 조총련계 부모와 평양의 오빠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양영희 감독의 7세 때 모습이다.

이 책의 그의 에세이집이다. 오사카의 조선인 부락에서 자란 그는 북한 선전물로 가득한 집이 갑갑했단다. 북에 적응 못 한 큰오빠가 마음의 병을 앓고 죽어가는데도 “자손들을 혁명가로 키우는 것이 남은 과업”이라 말하는 아버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 가슴 속에 사무친 후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1995년부터 가족 이야기를 캠코더에 담게 되면서. 10년 만에 완성한 첫 다큐 ‘디어 평양’이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뒤 방북 금지령이 내렸지만 굴하지 않고 2009년 두 번째 다큐 ‘굿바이, 평양’을 선보였다. 최근 개봉한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는 홀로 된 노모가 뒤늦게 처음 꺼낸 제주 4·3의 참혹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는 ‘어머니’를 넘어, 역사의 격랑 속에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친 한 여성을 비로소 헤아리게 된 딸의 심정이 오롯이 실렸다. 저자는 그토록 원망했던 부모를 이해하게 만든 것이 마주 앉아 밥 먹으며 대화하길 포기하지 않은 시간들이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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