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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독대한 용병 바그너 수장…"러군 수뇌부 무능" 불만 표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민간군사기업 바그너(Wagner)그룹 수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 중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1)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군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고전을 거듭하면서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최근 프리고진이 푸틴과의 독대한 자리에서 러시아군 지휘부가 전쟁을 잘 못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입수한 정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했으며, 또 임무 수행에 필요한 자금이 불충분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프리고진의 의견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매일 전달되는 정보 브리핑에 포함됐다고 WP는 전했다. 미 관리는 "알려진 내용은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에 표출하는 불만의 가장 최근 신호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프리고진(왼쪽)이 한 식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접대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011년 프리고진(왼쪽)이 한 식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접대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서 고전하는 동안 바그너그룹은 동부 도네츠크의 도시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등 공세를 이어왔다. 러시아군의 후퇴에도 바그너그룹은 건재하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배후에서 그림자처럼 일해왔던 프리고진이 최근 바그너그룹의 설립자임을 인정하고 군 지도부의 실수를 공개 비난하는 등 러시아 권력의 수면 위로 부상했다고 WP가 평가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미국·유럽 선임연구원은 WP에 "프리고진 같은 인물들은 지금이 권력을 잡을 적기로 보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할 때 조직 시스템이 압박 받는 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죄수를 상대로 용병을 모집하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군의 불안한 내부 사정을 노출해 크렘린궁을 압박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WP는 "우크라이나 전장이 흔들리면서 러시아 국방 지도부의 불안정한 위상이 노출됐다"고 전했다.

지난 2010년 푸틴(왼쪽)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학교 급식소를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0년 푸틴(왼쪽)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학교 급식소를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4년 설립된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러시아군 편에서 활약했으며, 최근 수년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을 도왔다.

앞서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도 러시아 군 수뇌부의 물갈이를 요구하며, 비판 발언을 쏟아냈었다. 러시아 지도부 일각에서도 프리고진과 카디로프 등의 부상을 마뜩잖게 보는 시선이 있다. 익명의 러시아 관리는 "기득권층은 이런 지도자들이 자리 잡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며 "이들은 현대 러시아가 아닌 중세 시대에 기반을 둔 전쟁범죄자들일 뿐"이라고 했다.

프리고진은 WP에 최근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적이 없다"며 "러시아군의 업적을 비판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둘 사이의 접촉에 대해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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