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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그림자부대 내가 만들었다"…'푸틴 요리사' 폭탄고백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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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러시아 기업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1)이 ‘푸틴 그림자 부대’로 알려진 용병 기업 바그너(Wagner) 그룹을 자신이 창설했다고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푸틴 측근, 러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첫 인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10년 9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운영하는 급식 공장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10년 9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운영하는 급식 공장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러시아 소셜미디어(SNS) 브콘탁테에 올린 성명에서 "내가 직접 낡은 무기를 닦고 방탄조끼를 분류했으며 나를 도와줄 전문가를 찾았다"며 "그날 2014년 5월 1일 와그너 대대로 불리게 된 애국자 그룹이 태어났고 나중에 바그너 그룹으로 불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각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방어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우크라이나·아랍·아프리카·중남미 등에서 활동한 사실을 공개했다. 프리고진이 소유한 외식업체 콩코드 케이터링 회사는 이 성명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2000년대 초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레스토랑을 하던 시절, 크렘린궁 연회 음식 케이터링을 맡으면서 ‘푸틴의 요리사’란 별명이 붙었다.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프리고진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합병이 있었던 2014년 러시아의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바그너 그룹을 창설했다고 알려졌다.

바그너 그룹, 시리아 내전 등에서 잔혹한 범죄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 로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보고서 제공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 로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보고서 제공

바그너 그룹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 러시아군을, 이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친러시아 반군 세력을 도와 우크라이나군과 싸웠다. 이후 시리아·리비아 내전을 비롯해 수단·말리·콩고민주공화국·모잠비크·마다가스카르 등에서 내전·분쟁에 개입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프리고진은 줄곧 바그너 그룹과 연계를 부정했다. 그는 자신과 러시아 정부 등이 바그너 그룹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도한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 에코 오브 모스크바 등을 고소한 바 있다. BBC는 "민간용병 기업 설립은 러시아 법에 위배돼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과 어떤 관련도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해왔다"고 전했다.

또 바그너 그룹이 해외 분쟁지역에서 약탈과 민간인 공격 등 잔혹한 전쟁 범죄에 연관돼 있어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바그너 그룹의 실체를 인정하고 창설자임을 공개한 것에 대해, 프리고진은 "러시아 애국주의의 근간인 (바그너 그룹) 사람들을 모함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CNN "프리고진, 우크라 전쟁 이끌 인물로 꼽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대표가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모아놓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 ″6개월 복무 후 사면″이라며 모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 영상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대표가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모아놓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 ″6개월 복무 후 사면″이라며 모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 영상 캡처

이날 CNN은 프리고진의 선언과 관련,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계획이 흔들리면서 러시아의 권력 균형이 변화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계속 실패하면서 러시아내 강경파들 사이에선 새로운 인물이 전쟁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적절한 인물로 프리고진이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전선을 누비고,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재소자를 상대로 신병 모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 탐사보도전문매체 벨링캣의 폅집국장 흐리스토 그로제프는 "프리고진은 지난 몇 달 동안 군 블로거 등 강경파 민족주의자들에게 신용을 얻고 인정을 받았다"면서 "현재 군 수뇌부의 무능함에 불만을 갖은 이들에게 영웅이 됐다"고 전했다. CNN은 러시아군의 잇단 실책으로 바그너 그룹이 결국 밖으로 공개되면서, 프리고진은 이를 발판삼아 푸틴 대통령에게 정치적 보상을 요구하며 더 큰 야망을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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