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대표, 청와대서 몰래 녹취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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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임기 후에도 정치.언론운동을 계속하겠다"고 언급한 내용이 공개된 것은 김병천 현 노사모 대표(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감독)의 녹음.녹취에 의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노사모 회원인 아이디 '톱니'는 이날 노사모 홈페이지에서 "당시 녹취를 한 사람은 현 대표인 '폴카(김병천씨의 아이디)'이고, CD로 만들어 유포한 사람은 '프렌치바닐라'로 알고 있다"며 "그 일 때문에 청와대 부속실과 경호실 관계자들이 곤욕을 치르게 되자, 노사모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가기관의 핵심인 청와대에서 몰래 '녹취'를 한다는 그 자체만 해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당사자의 허락 없이 몰래 녹취를 한다는 것은 '불법도청'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노사모 전 대표인 심우재씨는 이 의혹을 시인했다. 심씨는 홈페이지에서 "김 대표는 노사모 초기부터 동영상을 찍고 기록을 남겨왔다"며 "당시 (경호실) 검색은 있었지만 뭘 해라, 하지 마라 하는 분위기는 크게 없었다"고 했다. 심씨는 "다과회 테이블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녹음 등을 한 사람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김 대표가 녹취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으며 이를 누가 CD로 만들었고 이 중 일부가 언론에 들어갔다"고 했다.

노사모 사무국장(아이디 '또디')은 이날 "개인적인 이유"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사실이 공개된 후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회원들의 설전이 오갔다.

일부 네티즌들은 "연루된 사람은 당장 노사모에서 자진 탈퇴를 해야 한다", "점점 노사모가 퇴보하고 있다", "노사모인가 노死모인가"라고 했다. 또 다른 회원들은 "폴카대표 힘내라", "톱니를 영구제명시켜라"는 등의 의견을 올렸다.

노사모 주축 관계자들이 사적으로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까지 폭로하는 등 심각한 내분양상을 보였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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