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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인사들 "금리 인상 멈출 수 없어" …美 국채금리 최고치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ed의 주요 인사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없다’는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Fed의 긴축 기조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4년 만에 연 4.2% 선을 넘어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94%포인트 오른 연 4.228%에 장을 마감했다. 10년물 금리가 4.2% 선을 돌파한 것은 2008년 6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월 초까지만 해도 1.6%대 수준이었던 금리는 올해 들어 급격하게 뛰었다. 10년물 금리는 ‘벤치마크 금리’로, 주택담보대출 등 시장 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미국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도 이날 0.054%포인트 상승한 연 4.610%를 기록했다. 2007년 8월 이후 가장 높다. 30년물 금리는 0.094%포인트 오른 연 4.219%, 5년물 금리는 0.088%포인트 오른 연 4.445%를 나타냈다.

채권 시장이 들썩이는 데는 Fed 인사들이 쏟아내는 매파적 발언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채권금리에 미리 반영(채권금리 상승)되기 때문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0일(현지시간) 뉴저지주에서 열린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우리는) 당분간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떨어지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식지 않는다면) 내년에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긴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근원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없으면 4.5%나 4.75% 수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카시카리 총재는 Fed 내에서도 통화정책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만큼 발언의 파급력이 컸다.

미국 노동시장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도 Fed에게 ‘더 올릴 여유가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0월 9~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시장 예상(약 23만 건)보다 낮은 21만 4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 2000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만큼 Fed는 긴축의 고삐를 당기는 부담이 줄 수 있다.

이미 직전까지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 인상)을 밟아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11월과 12월에도 두 차례 모두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미 기준금리는 현재 3.00~3.25%에서 4.50~4.75%로 치솟는다

그 뿐이 아니다. 시장에선 내년에 이르면 기준금리가 5%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를 추적하는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기준금리가 내년 5월까지 5%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도 보고서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5.25%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다만 Fed 내부에선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19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내년도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4.5~4.75%가 적절할 것”이라면서 “지금보다 금리를 훨씬 더 늘린다면 경제에 부담을 주기 시작할 수 있다. 일종의 비선형적(nonlinear) 영향일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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