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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하단 김용 말 믿을 수 밖에..." 닥공 택한 민주당의 속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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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21일, 민주당은 대대적인 강공을 택했다. “정치 탄압을 중단하라”는 구호에서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 여권 전체를 향한 공세로 태세를 전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준비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준비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건희 특검법’ㆍ“尹 국회 출입 금지“…‘닥공’ 나선 野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 압수수색이 224건이나 되는 동안 김건희 여사 압수수색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당도 성역없는 수사를 운운하고 있으니, 떳떳하다면 김건희 여사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달 시도했다 여당 반발에 부닥친 김건희 특검 카드를 다시 빼내든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이 XX’ 발언 논란을 거론하며 “‘이 XX’ 발언자께서 XX들을 상대로 (국회 시정 연설을 위해) 발언하러 온다고 한다. 사과하지 않을 거면 국회 출입 금지를 명한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윤석열 정권과 김 여사의 죄를 묻겠다”고 했다.

강공에 나선 건 “스포츠에 비유하면 과거엔 최고의 방어가 수비였다. 그런데 방어하고 있으니까 저희가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든다”(임오경 대변인)는 판단을 배경으로 한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닥공’(닥치고 공격) 전술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원내 관계자도 “저들이 무자비하게 나오니, 우리도 앞뒤 잴 것 없이 가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용 말 믿을 수밖에”…불안한 ‘믿음의 영역’

이런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닥치고 공격에 나선 건 역설적으로 불안감의 표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에 어떤 진술을 했는지, 또 이 대표의 ‘분신’인 김 부원장의 혐의가 어디까지 사실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깜깜이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허공이든 어디든 '닥치고 공격'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실제 이날 박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김 부원장의 의혹을 점검해봤냐’는 질문에 “당사자가 결단코 그런 일이 없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2019년 12월 성남 분당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재명 지사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과 함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김씨가 2019년 12월 15일올린 김씨의 블로그 게시물에서 캡쳐했다. 사진 김용 블로그 캡처

2019년 12월 성남 분당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재명 지사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과 함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김씨가 2019년 12월 15일올린 김씨의 블로그 게시물에서 캡쳐했다. 사진 김용 블로그 캡처

이 대표와 가까운 당 고위 관계자는 “김 부원장이 체포되기 며칠 전 대표실 관계자가 직접 소명을 받았다”며 “김 부원장이 ‘한 푼도 받은 게 없다. 결백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날 “여전히 김 부원장의 결백을 믿는다”고 했던 말을 언급하며 “김 부원장의 소명을 듣고 내린 이 대표의 판단”이라고도 덧붙였다.

단일대오 흐트러질 전망도…일각 “함께 가면 당 망한다”

지도부는 강경 노선을 택했지만,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와 한 몸으로 가는 게 맞는 길이냐”는 회의감도 번져 나가고 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지방 행정가 출신인 이 대표가 지금까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고, 김 부원장은 일면식도 없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 전체가 ‘이재명 블랙홀’에 휩쓸려 가는 것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재의 단일대오가 오래가진 못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에 비판적인 친문(親文ㆍ친문재인) 재선 의원은 “현재는 검찰이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니 당 전체가 같이 방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압수수색 국면이 끝나고 사건이 장기화하면 대오에서 이탈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사태를 예견했기 때문에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말렸던 것”이라고 이 대표와 날을 세웠던 이낙연계 좌장 설훈 의원과 같은 의원들이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당이 아니다”며 “함께 가는 건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김 부원장은 수사기관에서 체포 영장이 발부될 정도로 상당한 혐의를 받는데, 이 대표는 주문을 외우듯이 ‘결백을 믿는다’고 말한다”며 “이 대표는 의원들에게 ‘내가 혼자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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