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中 더 옥죈다…“반도체 이어 양자컴퓨터·AI도 수출 통제”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뉴욕에 있는 IBM 양자컴퓨터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뉴욕에 있는 IBM 양자컴퓨터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의 기술 패권 야심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올가미가 더 커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 분야로 대(對)중국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직 초기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이 조치는 이달 초 발표된 중국의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와 달리 별도로 추진되는 것이다. 수출 통제 분야는 양자컴퓨팅과 AI 소프트웨어가 검토되며, 업계 전문가들이 관련 초기 기술을 제한하기 위해 규제의 범위 등 변수를 어떻게 설정할지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는 중국 첨단 기술에 유입되는 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미국발 해외투자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는 행정명령을 마련 중인데, 여기에 양자컴퓨팅·AI 규제가 포함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 중국 규제를 주도하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관련 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으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검토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예정된 수순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반도체 뿐 아니라 양자컴퓨팅과 AI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이 향상하는 걸 국가안보 차원의 위기로 보기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6일 ‘글로벌 신흥기술 서밋’이란 포럼에서 “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컴퓨팅 관련 기술이 향후 10년간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적대 세력을 상대로 최대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 규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을 더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미 의회조사국(CRS)은 “중국의 AI·양자컴퓨터 기술이 미군을 위협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8월 중국 바이두가 공개한 양자컴퓨터 '첸시' 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중국 바이두가 공개한 양자컴퓨터 '첸시' 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해 만든 연산 기술인 양자컴퓨팅은 기술 패권시대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컴퓨터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현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인텔, IBM 등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양자컴퓨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이유다.

게다가 양자 컴퓨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속도를 바탕으로 기존 보안체계를 무력화하고, 반대로 쉽게 뚫을 수 없는 암호통신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도 중국의 암호 해독과 암호 방어력이다. 실제 학계에선 양자컴퓨터 기술에서는 미국이 세계 최강이지만, 양자암호통신기술은 중국이 더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분야에서도 중국은 약진 중이다. 지난 8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2020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1% ‘최우수 논문’ 수에서 4744편으로 전체의 27.2%를 차지하며 미국(4330편·24.9%)을 처음으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제5회 세계지능대회. 중국 정부는 2030 차세대 AI핵심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1위 AI 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5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제5회 세계지능대회. 중국 정부는 2030 차세대 AI핵심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1위 AI 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성장은 꾸준한 투자로 가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2000년 398억 달러(약 57조원) 수준에서 2020년 5641억 달러로 13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603억 달러에서 6641억 달러로 84%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액수론 아직 미국이 중국을 앞서지만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오며 R&D 지출을 줄였던 미국과 달리 중국은 꾸준히 관련 투자를 꾸준히 늘려 오며 격차가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중국을 향해 벌이는 이러한 기술 규제는 최근 미·중 간 기술 격차가 급격하게 줄면서 자칫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이라며 “미국이 이처럼 첨단 기술에 대한 ‘벽’을 확장하는 것은 동맹국 등 다른 국가들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