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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공약이잖나"…납품단가연동·쌀의무매입 들이미는 이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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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납품단가연동제 촉구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 도중 대화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납품단가연동제 촉구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 도중 대화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납품단가연동제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곧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가 예정되는 ‘쌀 의무매입법(양곡관리법 개정안)’ 에 이어 연거푸 입법 강행을 주문한 모습이다. 두 법안에 유보적인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를 통해 '이재명 표 민생'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라고 이 대표 주변에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납품단가 문제는 사회적 갑을관계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납품단가연동제를 밀어붙여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납품대금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을 했지만, 납품단가 조정을 기업 자율에만 맡기는 방법이어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우리가 납품단가연동제를 강행 처리하겠다고 하면 정부·여당도 정신이 들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납품단가연동제란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기준가격이 일정비율 이상 오르면 이를 납품단가에 자동 반영하는 제도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약 5000만원이 부과된다. 21대 국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 등 관련법을 7건씩 발의한 상태지만 모두 현재 상임위에서 계류돼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법을 관철하겠다”며 “여당이 반대하면 단독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달 중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169석 의석의 힘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민생특위 위원인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당론이나 다름없다.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의 지시 이후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한해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전년보다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시장격리)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 초 “쌀값은 대한민국 식량 자족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확실하게 처리해달라”고 추진을 요청하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총대를 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이 최장 90일간 심사하도록 하는 안건조정위원회에 양곡관리법을 회부하며 ‘지연 전술’을 펴자 민주당은 지난 12일 단독 의결하며 반대를 뿌리친 상태다. 정부·여당은 18일 당정협의회에서 “자신들의 정략적인 이익을 위해 의회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성일종 정책위의장)며 반대 입장을 폈지만, 민주당은 19일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열어 단독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약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한다면 전체회의에서는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두 사안을 계속해서 파고드는 것은 해당 법안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거나 대선 과정에서 추진 의사를 밝혔던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납품단가연동제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데, 왜 실현이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지만 부작용 우려 탓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를 보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중순에는 “윤 대통령께서 대선 후보 때 ‘(쌀 초과생산량이 많으면) 시장격리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공세를 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킨다’는 지적을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TF 소속 안호영 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국회 본청 앞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 시위'를 하며 이개호(왼쪽), 이인영 의원의 응원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TF 소속 안호영 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국회 본청 앞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 시위'를 하며 이개호(왼쪽), 이인영 의원의 응원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는 올해 약 1조원을 지출해야 한다. 또 납품단가연동제가 시행되면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계약을 단축하는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조진만(정치외교학) 덕성여대 교수는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줄 입법의 경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도 법안을 밀어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정부·여당과 대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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