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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비군" 이대남 노린 국힘 카드…이대남은 뜻밖의 반응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예비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7일 페이스북에서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추진은 자강의 시작”이라며 여성 예비군 훈련 의무화를 주장했다. 군필 남성만 받아온 예비군 훈련을 여성들도 받게 하자는 것인데, 김 의원 측은 이날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자는 것”이라며 “여론 수렴을 거쳐 11월 중 관련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시당 당원 교육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시당 당원 교육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들을 강제 징집하자는 게 아니라, 병력 자원 감소 현실을 고려해 유사시 국가적 대응책 마련을 고민하고 논의하자는 차원”이라는 게 김 의원 측 설명이다. 하지만 ‘군 문제’와 ‘젠더 이슈’는 정치권에서 20~30대 여론을 움직이는 양대 핫 이슈로 통한다. 여권 내에서 이날 김 의원을 두고 “이준석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세 공략에 나섰다”(전직 의원)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른바 ‘개딸’ 팬덤을 가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이대남 지지세 확보는 차기 당권 경쟁의 중요한 승부처”라는 시각 역시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전인 지난해 4월 언론 인터뷰에서 “남성의 불만을 이유로 여성에게 군 복무 부담을 주는 것은 갈등만 격화시키는 대증요법이지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고 여성 징병제에 반대했다.

다만 이날 이대남들이 모인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의원 주장이 여성징병제나 남녀평등복무제 등 앞서 정치권에서 거론된 여성 군 복무 주장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올라왔다. “고작 예비군 훈련을 마친 여자들이 군대 다녀온 행세를 할 수 있다”, “정말 진심이라면 여성 징병을 언급해야 한다”, “예비군이 아닌 현역으로 보내라”는 댓글도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7일 라디오에서 '부위원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당권대열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비상근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제한이 있지 않다"며 당 대표 선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7일 라디오에서 '부위원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당권대열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비상근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제한이 있지 않다"며 당 대표 선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북한의 연쇄 무력 도발과 맞물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핵무장론’ 등 군·안보 관련 정책 제안에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14일 “핵의 균형을 이뤄야만 한다”고 자체 핵무장을 주장한 데 이어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도 한반도 핵공유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윤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지난 15일 “우리도 게임체인저를 가져야만 한다”며 미국과의 전술핵 재배치 협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전당대회 때 당원 투표 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70 대 30’이었는데 이번에는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더 높인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일각 비판에도 당권 주자들이 연일 핵무장·기존 협상 파기 등 선명성 높은 주장을 펴는 배경에 TK(대구·경북) 지역·남성·60대 이상 등 지지층 ‘당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늘 민주당 지지층까지 같이 보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의 선택이 되는 민심은 안된다”고 당원 투표 비중 확대에 힘을 실었다. 조경태 의원도 “당 대표 경선방식을 당원 100% 투표로 혁신하자”며 “유승민 전 의원에게서는 당에 대한 애정이 1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상대 합동강의실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뉴스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상대 합동강의실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뉴스1

반면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심만 너무 중요시하고 민심과 거리가 있는 당 대표를 뽑으면 5년 내내 여소야대로 가고, 윤석열 정부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날짜가 정해질 때까지 지켜보고, 지금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는 “4·15 부정선거(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출사표를 냈다. 황 전 총리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안보마저도 심각한 위기”라며 “이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경험과 경륜을 가진 인물이 꼭 필요하다”고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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