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태 지음, 들녘
452쪽, 1만3000원
'가상현실'부터 '환경'까지 150여 가지 용어를 가나다순으로 설명하는 사전의 형식을 따르긴 했다. 그러나 여느 사전과 같은 개념으로 보기엔 좀 독특하다. "이 책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종횡무진 초원을 누비듯이 한 개인이 지적 세계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겪고 부딪힌 개념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책머리에 밝힌 저자의 변은 정확하게 이 책을 설명하고 있다.
'교양'을 설명한 부분을 잠깐 살펴보자. "학문의 직접적인 활용도가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인문학과 교양이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법학과 의학이 사라진다 해도 철학과 역사는 반드시 남을 것이다."
'교양'이란 단어를 두고 저자는 인문학의 위기를 논한다. 물론 "교양이란 원래 고대 그리스-로마의 자유과목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전적인 설명도 빠뜨리지 않지만 말이다.
'달력'을 이야기하면서 "674년에 중국에서 달력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삼국사기'의 주장은 단지 신라를 중심으로 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이렇게 저자는 '사전'이란 이름을 빌어 한국사.동양사.서양사.철학 등 다방면의 책을 쓰고 번역하며 쌓은 내공을 압축해 담았다.
저자는 "지은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는 스스로 그 개념어에 관한 또 다른 시안을 구성해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대로 같은 개념을 다르게 읽은 여러 버전의 사전이 나오면 참 재미있겠다. 교양과 지식의 숲에서 여러 사람이 각각 다르게 낸 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노니는 재미를 누릴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