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의원 또 망언/플레이보이지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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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경대학살」은 꾸며낸 얘기”/중일전쟁 민간인 30만 학살한 극악 범죄/중국인ㆍ미 역사학자 “뻔뻔하다” 크게 분노
일본의 국수주의 정치가이자 작가인 이시하라 신타로(석원신태랑)중의원 의원(58)이 미국 플레이보이지와의 회견에서 일본군이 1937년 중국 난징(남경)에서 대학살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남경 대학살이란 중국인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한데 대해 미국의 역사학자들과 중국계 미국인들이 크게 분노하고 나섰다.
집권 자민당 소속으로 최근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으로 널리 알려진 이시하라 의원은 플레이보이지 10월호에 실린 회견에서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남경에서 대학살을 저질렀다고 말하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이야기는 중국인들이 지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하라 의원은 이 회견에서 미국이 2차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원자탄 피해에 대해 현재 너무 모르고 있다고 불평한 뒤 『남경 대학살이 일본의 이미지를 더럽혔으나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일본군이 1937년 12월 남경을 점령한 직후 30만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일본군 병사들이 민간인들의 목을 베고 아기들을 던져 칼위에 꽂았으며 집들에 불을 지른 사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2만명의 여자들이 강간당했으며 1만2천개의 상점이 약탈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이시하라 의원의 이같은 발언이 보도되자 6명의 지식인 그룹은 이시하라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하면서 플레이보이지에 정정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이 서한은 이시하라 의원이 역사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남경 대학살을 부인하기 위해 미국인들의 여론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6명의 지식인 그룹 가운데는 서던 일리노이대학의 오천위 역사학 교수와 중일 관계사를 전공한 샤오 쭈 핑 교수도 포함돼 있는데 샤오 교수는 역사에 어두운 젊은 미국인 세대가 이시하라의 회견을 읽고 왜곡된 역사관을 갖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뉴욕 공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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