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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내 원전 25% 물 부족…기후변화로 에너지 위기 온다” WMO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독일의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의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의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원자력과 화력, 수력 등 전기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에너지원이 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1일(현지시각)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우크라이나 전쟁 못지않게 세계 에너지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전 세계의 에너지 인프라가 폭염과 허리케인 등 극한 기후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WMO는 2019년부터 기후 서비스 상태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15%가 물 부족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려면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사용해야 하는데 물이 부족하면 발전량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20년 안에 물 부족을 겪는 원전이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터키 포인트 원자력발전소. A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터키 포인트 원자력발전소. AP=연합뉴스

특히, 원전은 저지대 해안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해수면 상승과 홍수에도 취약하다. 예를 들어, 미국 플로리다의 해수면에 위치한 터키 포인트 원자력 발전소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력 생산을 위해 물을 이용해야 하는 화력과 수력 발전소 역시 물 부족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화력 발전소의 33%, 수력 발전소의 11%가 물 부족 지역에 있다. 수력 발전을 하는 댐의 26%는 물 부족 위험도가 높은 강 유역 내에 설치돼 있다.

“신재생에너지 과감하게 늘려야”

미국 후버댐이 있는 콜로라도 강이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내려간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후버댐이 있는 콜로라도 강이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내려간 모습. AFP=연합뉴스

WMO는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43%를 감축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는 현재 상태라면 30%만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또,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풍력, 태양광 등 물 부족으로부터 자유로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이 석탄 발전소나 원전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앞으로 8년 이내에 저배출 전력 공급을 두 배로 늘려야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며, 우리의 기후는 눈앞에서 변화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완전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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