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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보복에…백악관 요격 시스템, 우크라에 서둘러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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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습을 계기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체계를 신속해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외신은 러시아는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의지를 키우고 서방의 군사 장비 공급 속도를 높이는 ‘전략적 판단 오류’를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긴급 구조대가 키이우에 발생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부상당한 여성을 구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긴급 구조대가 키이우에 발생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부상당한 여성을 구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 공습, 서방 무기지원 가속화 불러

1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 직후 미국·독일 등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 시스템 지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규탄한 뒤 첨단 방공 시스템 지원을 약속했다. 독일 정부는 최신 방공 체계인 IRIS-T SLAM을 우크라이나에 수일 내로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러시아는 10일 오전 우크라이나의 출근 시간대에 맞춰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르비우·드니프로·자포리자·수미·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 14곳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무차별로 퍼부었다.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부상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며, 이번 미사일 공습이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임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총 84발 발사됐고, 이중 최소 41발이 자국 방공군에 의해 요격됐다고 밝혔다. 또 주요 에너지 공급 시설 파괴에 동원된 이란제 샤헤드-136 가미카제 공격용 드론 12대 중 9대를 파괴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인 발레리 잘루즈니는 “우리는 물량이 충분치 않은 구소련제 무기로 이런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격퇴해야만 한다”면서 열악한 상황을 토로했다 .

우크리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불타는 차량 옆을 의료진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리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불타는 차량 옆을 의료진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 미국과 유럽 국가로부터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등은 원활히 공급받았지만, 미사일 방어가 가능한 중거리 이상 방어 체계와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대공 방어망을 구축해 러시아군의 미사일을 격추해왔는데, 이번과 같은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인 상태다.

美 수주, 獨 수일 내로 방공 시스템 인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초기부터 대공 시스템을 강조하며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촉구해왔다. 이에 지난달 미국 국방부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을 응용·개발한 지대공 무기인 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 나삼스(NASAMS) 2대를 올해 안에 우크라이나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나삼스는 미국이 2005년부터 백악관과 연방의사당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로 알려졌다. 최대 사거리가 160㎞인 중거리 방공 시스템으로서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 드론 등을 식별해 요격하는 능력을 갖췄다.

독일은 지난 6월 초 IRIS-T SLAM 4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뒤 4개월 넘게 인도를 미뤄와, 무기 지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IRIS-T SLM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전투기·헬리콥터·드론 등을 막아 낼 수 있는 다목적 지대공 방공장치다.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0일 트위터에 “무고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동맹국들은 배송 속도를 높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러시아 미사일 공습 직후, 미국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첨단 방공 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방어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약속한 방공 시스템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국방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수주 안에 나삼스의 일부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얼리사 슬롯킨 미국 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과 C-RAM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국방부는 10일 성명을 통해 “키이우와 여러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재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공 체계 제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됐다”며 IRIS-T SLM의 수일 내 지원을 약속했다.

WP는 우크라이나가 프랑스군이 운용 중인 SAMP/T를 포함한 방공 시스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프랑스는 포탄 재고 부족을 우려해 미온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독일의 킬세계경제연구소는 “프랑스는 에스토니아‧체코 등 경제 규모가 훨씬 작은 유럽 국가들보다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규모가 작다”면서 “스스로를 EU 주요 군사강국으로 부르는 국가로서 굴욕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공방어 시스템 나삼스(NASAMS)를 활용해 라트비아의 한 공군기지에서 훈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공방어 시스템 나삼스(NASAMS)를 활용해 라트비아의 한 공군기지에서 훈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NYT "서방 릴레이 지원 가능성도" 

NYT는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방공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는 거센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각국의 릴레이 지원이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11일 긴급 소집된 서방 선진국 모임인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 12~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는 50여개 국 회의체인 ‘우크라이나 방위 콘택트 그룹’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은 항상 우크라이나의 요구 사항에 한발 뒤져 있다”면서 “우리는 시민과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는 테러리스트(러시아)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엔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현재 우리 군사 협력에 최우선 과제는 방공시스템”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세르지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10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르지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10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총회가 이날 시작됐다. 우크라이나의 무차별 미사일 공습이 이뤄진 당일 이뤄진 총회에선 러시아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세르지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 대표단이 총회에 입장할 때 뒤에는 핏자국이 흐르고 홀은 인육 타는 냄새로 가득 찼다”면서 “러시아가 테러 국가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결의안 표결은 12일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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