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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아들 최전선 파견"...푸틴의 개, 초고속 별3개 달았다 [후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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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70) 러시아 대통령의 ‘충견’으로 알려진 람잔 카디로프(46) 체첸 공화국 수장이 ‘쓰리스타’를 달았다. 사관학교를 나오지 않고 현역으로 러시아군에 복무한 적도 없지만, 2020년 마흔 네살에 소장(별 1개)으로 장군 계급에 들어서더니 2년여 만에 상장(별 3개)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푸틴 개’ 카디로프, 별 3개 상장 승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 사진 카디로프 SNS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 사진 카디로프 SNS 캡처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카디로프는 지난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 채널에 "푸틴 대통령이 나에게 상장 계급을 수여한다고 직접 통보하고 축하해줬다"고 밝혔다. 상장은 러시아 군대에서는 3번째로 높은 지휘 계급이다. 각군 총사령관들의 계급이 주로 상장과 대장(별 4개)이다.

1999년 체첸 민병대를 조직한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이 이끈 2008년 조지아 전쟁, 2017년 시리아 전쟁 등에 참전해 고문과 무법적인 살인 등으로 악명을 떨치면서 승승장구했다. 2004년에 러시아 군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훈장인 ‘러시아 영웅’ 훈장을 받았고 2020년 7월 소장에 올랐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체첸 민병대 2만여명을 이끌고 참전하고, 구독자 300여만명인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 프로파간다 선전에 앞장서 지난 3월 말 중장(별 2개)이 됐다. 그로부터 약 6개월 만에 파격적으로 상장으로 진급했다.

체첸 공화국의 민병대가 지난 2월 25일 수도 그로즈니 광장에서 람잔 카디로프 수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러시아군을 돕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체첸 공화국의 민병대가 지난 2월 25일 수도 그로즈니 광장에서 람잔 카디로프 수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러시아군을 돕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디로프의 상장 진급 소식은 최근 도를 넘는 언사로 푸틴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후, 자신의 미성년자 세 아들을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보내겠다고 선언하면서 나왔다.

지난 1일 러시아군이 동부 핵심 요충지인 리만에서 패퇴하자, 그는 러시아 군 지휘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전술 핵무기까지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러시아군이 병력 부족에 시달리자 러시아 경찰 250만명을 전장에 파견하자고 제안하는 등 월권행위로 논란이 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카디로프 수장이 특수 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매우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작전과 관련해서 감정적으로 논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의 입’으로 불린다.

"10대 아들 3명까지 전선 보내겠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이 지난 3일 자신의 텔레그램에 미성년자인 10대 아들 3명이 군사훈련을 받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카디로프 텔레그램 캡처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이 지난 3일 자신의 텔레그램에 미성년자인 10대 아들 3명이 군사훈련을 받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카디로프 텔레그램 캡처

그러자 카디로프는 텔레그램에 "14, 15, 16세인 아들 3명은 오래전부터 군사훈련을 받았다"며 "이들을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파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성년자 아들 3명이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는 동영상도 같이 올렸다.

체첸에선 일곱 살부터 총칼 다루는 법을 배우며 전사로 키워진다고 한다. 세 아들은 지난 2016년 8, 9, 10세일 때 자국 이종격투기 대회에 참가해 상대를 잔인하게 패서 비판받았다. 지난 4월에는 카디로프가 세 아들을 데리고 마리우폴에 와서 친러시아 반군과 체첸 민병대원들을 격려했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는 18세 이하 청소년이 전투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엔 조약에 서명했다. 15세 이하 청소년을 전투에 동원하는 행위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전쟁범죄로 간주해 그의 아들이 실제로 전선에 투입될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자신의 미성년자 아들의 참전을 거론한 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원래 반러 부르짖던 체첸 독립투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카디로프는 원래 ‘반(反) 러시아’ 대열에 선 체첸의 독립투사였다. 1976년생인 그는 15세였던 1991년에 소련 해체를 경험했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체첸은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식민 지배에 뿌리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소련 해체 후 체첸이 러시아연방 공화국으로 묶이자 독립하자는 바람이 불었다. 이슬람 대학까지 세웠던 아버지 아흐마트 카디로프가 독립 전쟁에 뛰어들자, 카디로프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6세에 무기를 들고 러시아에 맞서 싸웠다. 카디로프는 권투를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체첸 독립파에서 세력이 나뉘고 러시아군이 무자비하게 총공세를 펼치자, 아버지가 러시아 편으로 돌아섰고 카디로프도 따라서 전향했다. 이때 카디로프 부자를 사로잡은 건, 바로 푸틴 대통령이었다. 1999년에 총리직을 맡았던 푸틴은 대량파괴 무기를 동원해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초토화해 ‘강한 러시아’를 보여줬다. 정치 신인이었던 그는 체첸 공격 선봉장에 서면서 인기가 치솟았고, 2000년에 대통령이 됐다.

지난 1995년 3월 31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 시내에 있는 강둑 모습(위). 러시아와 전쟁으로 전부 파괴됐다. 아래는 2019년 7월 26일에 촬영된 동일한 위치 사진이다. 2차 체첸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 지원금을 받아 10년 후 재건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지난 1995년 3월 31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 시내에 있는 강둑 모습(위). 러시아와 전쟁으로 전부 파괴됐다. 아래는 2019년 7월 26일에 촬영된 동일한 위치 사진이다. 2차 체첸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 지원금을 받아 10년 후 재건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무소불위 권력을 갖게 된 푸틴 대통령은 2003년에 아버지 카디로프를 체첸의 꼭두각시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체첸 내 과격 이슬람 반러시아 세력은 그를 호시탐탐 노렸고, 2004년 5월 9일 그로즈니 축구장에서 열린 전승절(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 행사에서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던 아버지가 사망하자 카디로프는 반러시아 세력을 소탕하기로 마음먹고,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푸틴의 개’가 됐다.

푸틴에게 충성하고 부와 권력 가져 

카디로프는 푸틴의 지지에 힘입어 2007년 31세에 체첸 수장 자리에 올랐다. 정치적 반대자들과 성 소수자를 납치·고문·살해하는 악질적인 인권 유린 행위로 통치력을 강화했다. 라디오프리유럽(RFE)은 "푸틴 대통령은 카디로프에게 체첸 내 저항 세력을 굴복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체첸 재건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체첸은 러시아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연간 3000억 루블(7조원) 정도다. 카디로프는 "러시아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3개월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체첸에는 원유와 가스 등 자원매장량이 엄청나지만, 개발할 자금과 기술 등이 부족해 러시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이 지난 2월 말 자신의 민병대를 이끄는 자리에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 전투화를 신고 나왔다. 사진 트위터 캡처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이 지난 2월 말 자신의 민병대를 이끄는 자리에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 전투화를 신고 나왔다. 사진 트위터 캡처

이 과정에서 카디로프는 러시아 지원금 일부를 비자금으로 챙겨 호의호식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체첸에서 러시아 지원금에 의존하면서도 카디로프는 명품에 대한 끝없는 욕구로 유명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2월에는 200만원 상당의 프라다 전투화를 신은 모습이, 최근에는 2억4000만원에 달하는 루이비통 한정판 샌드백이 집무실에 설치된 것이 포착됐다.

푸틴 대통령도 카디로프의 부패를 알지만 눈감아주고 있다고 RFE는 전했다. 카디로프가 푸틴의 정적을 제거하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등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수족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디로프가 더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러시아군 수뇌부를 비판하면서 푸틴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지만, 10대 아들까지 내세우면서 충성하겠다는 의지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은 카디로프를 아들로,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을 우상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둘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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