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 이라크 군사행동 의회 사전승인 받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페르시아만 사태와 관련, 미국의 군사적 해결방안을 놓고 의회 사전통고 등 합법적 절차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다음은 페르시아만에 파병된 미군의 전쟁선포와 관련한 합법적인 절차에 관한 문제를 다룬 미 칼럼니스트 앤터니 루이스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고 문 요약이다. <편집자 주>
미국은 12월초께 국방부가 이라크 공격에 충분하다고 여길 만큼의 병력과 장비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배치 완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때까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로부터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경우 부시대통령은 정치적 수단을 통한 사태해결보다 군사행동을 취하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다.
현재 전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 가능성을 감지한 공화·민주 양당 상원의원들은 최근 베이커 국무장관에게 전쟁을 선포하기에 앞서 먼저 의회와 상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확답하기를 거부했다.
전쟁선포 권에 관한 고질적 논쟁에 또다시 휩싸이기 전에 부시 대통령과 베이커 국무장관은 미국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쟁선포 권은 필연적으로 나중에 책임분담의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분담대상은 미 의회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의미한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지원을 얻는데 노련함과 인내심을 보였다.
유엔안전보강이사회의 승인 없는 군사행동은 법적으로 문제를 남길 것이다.
하버드 법대 에이브러햄체이예스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한 논문에서 미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이라크 제재를 요청, 안보리가 이를 결의했기 때문에 대 이라크 군사행동은 유엔헌장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을 통한 미국의 노력에 동참한 나라들의 동의 없이 행동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이 만약 이러한 동의 없이 군사행동에 돌입했을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첫 번째 결과는 지금까지 다국적군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 왔던 국제적 합의를 깨는 것이 될 것이라고 체이예스 교수는 지적한다.
만약 미국이 안보리를 통해 행동을 취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와 상의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1950년 트루먼 대통령은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유엔안보리를 통해 군사행동을 취했다. 트루먼은 당시 의회에 선전포고나 승인 결의 등을 요청하지 않았다.
트루먼 대통령은 의회가 유엔헌장을 비준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헌장아래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인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후 정치적인 재앙이 뒤따랐다.
전쟁상황이 나빠지자 의회는 전쟁참가가 월권행위라고 공격했다.
의회는 한국전쟁을「트루먼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부시 대통령은 이즈음 역사가 다시 한번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만약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 군대나 테러리스트들을 동원, 도발을 감행하면 이 문제를 의회와 상의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부시 대통령은 이 경우 진주만 피습당시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같이 의회에 선전포고요청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들은 종종 한국과 월남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위험을 무릅쓰며 규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페르시아 만에서의 전쟁은 지난번 그레나다 상륙 작전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국민은 그들의 대표를 통해 헌법에 규정된 결정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