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빈틈없는 "수퍼가드"|여 농구의 허재 전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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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대교체기에 접어든 한국여자농구계가 전례 드문 대형 가드 전주원(18·선일여고 3년)의 스타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1m76cm의 늘씬한 몸매에 윤곽이 또렷한 서구형 마스크.
전은 한국스포츠사상 전무한 2억 원이라는 엄청난 지원 금을 받고 현대증권에 입단, 실업무대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은 여고농구의 무적함대인 선일여고가 올 들어 파죽의 23연승을 기록하며 5관 왕을 차지하는데 견인차역할을 해내 슈퍼스타로서의 성가를 드높였다. 고1때부터 실업팀의 스카우트표적이 된 전은 삼성생명이 1억5천만원을 제시, 일단 마음을 잡았으나 학교에 대한 지원 등 2억 원의 기록적인 지원 금을 던진 현대증권으로 선회했다.
여자농구계가 전의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국여자농구의 내일을 걸머질 동량으로서의 가능성을 십분 확인하고 있기 때문.
북경아시안게임 우승의 주역 5명 모두가 올 농구대잔치 출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을게 확실시돼 차세대의 주역 격인 전은 실업입문과 함께 국가대표로의 발탁도 유력하다.
전에 대한 농구계의 사사는 끊임없다. 폭넓은 시야, 재치 있는 게임 리드, 자로 잰 듯한 슈팅 등 농구선수로서의 천부적인 자질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 특히 상대수비를 압도할 정도의 저돌적인 돌파 력 등 파워농구의 구사에도 능해 여자농구계는 지난 60년대 크게 성가를 떨친 김추자 이후 최고의 가드로 꼽고 있다.
전은 70년대 강현숙, 80년대 박양계 등 기라성 같은 가드보다 기량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이 북경대회국가대표팀 최경덕 코치의 평가다. 강은 외곽 슛과 수비는 뛰어나나 어시스트에 취약점이 있었고 박은 어시스트는 기발했지만 득점 력에서 약했던 반면 전은 공·수에서 나무랄 데 없는 전천후 가드라는데 이의가 없다. 특히 뛰어난 스피드에다 국내여자농구사상 가드로선 최고의 신장을 지녀 플레이의 폭이 단연 출중하다.
전이 이끄는 선일여고는 올 시즌 들어 봄철연맹전·대통령기·쌍룡 기·종별선수권·전국체전 등 5개 대회를 거푸 석권하며 23연승을 구가, 최고의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여고 팀의 이같은 한 시즌 무패행진은 84년 현 국가대표인 서경화(현대증권), 오미숙(삼성생명)이 주축을 이뤘던 역시 선일여고의 21연승이후 처음.
청소년대표로도 3년 동안 활약한 전은 고1때인 88년 제10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싱가포르) 때는 매 게임평균 25득점을 올리며 크게 활약, 준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8월 제11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일본 나고야)때는 우승컵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이 때문에 내년 봄 고교를 졸업하는 전을 둘러싼 스카우트 싸움은 고1때부터 치열했고 몸값 또한 엄청나게 치솟았던 게 사실이다.
국내 아마·프로를 통틀어 2억 원대를 넘어선 것은 전이 처음이다. 83년 엄청난 스카우트 파동 속에 끝내 삼성생명에 둥지를 틀었던 성정아의 당시 몸값이 1억 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두 배나 많은 파격적인 대우인 셈.
『그물에 꽂히는 쾌감에 반해 농구선수의 길을 택했고 지금까지 후회해 본적이 없어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세계무대에 나서 한국여자농구의 자존심을 떨치는 게 제 소박한 소원이고요』
대학진학을 권유받기도 했으나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기 위해 굳이 실업 행을 택했다는 전의 농구에 대한 집념은 대단하다.
국내선수중엔 성정아의 두뇌플레이를, 외국선수 중엔 시카고불스의 슈퍼스타마이클 조던의 유연함, 그리고 투지를 배우고 싶은 게 그녀의 당찬 포부다.
나름대로의 농구 관 또한 비범함이 엿보인다. 미국 프로농구의 강점은 충실한 기본 기가 원동력이며 세기 중심의 농구만으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전은 매일같이 VTR를 틀어 놓고 기본 기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시절 유난히 키가 큰 탓에 농구 볼과 인연을 맺은 전의 농구경력은 올해로 8년째. 선일 여중-고를 거치면서 황신철(38) 코치의 각별한 조련 속에 탐스러운 재목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태평양화학으로 진로를 굳힌 동료 장신 센터 이희주(18·1m84cm)와는 6년간이나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춰 온 실과 바늘사이.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읽을 정도로 가깝다.
전의 실업 데뷔 무대는 내년 2월로 예정된 90농구대잔치 3차 대회. 고교선수로는 오는 12일 개막되는 제1회 학산배 전국남녀우수고교초청대회에 마지막으로 출전, 고별무대를 수놓게 된다. <글= 장 훈 기자·사진="장충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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