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페만사태 무력해결 시사/베이커/유엔결의 없어도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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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카소네,부시­후세인 회담제의
【바그다드ㆍ워싱턴=외신 종합】 미국이 페르시아만 지역에 15만명 이상의 병력을 추가 파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소련이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이라는데 견해를 같이한 것으로 알려져 페르시아만사태가 군사력에 의한 해결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의 압력에도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는등 페르시아만 사태는 계속 전쟁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9일 모스크바 방문을 끝내고 런던으로 떠나기에 앞서 가진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를 쿠웨이트로부터 몰아내기 위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는 바람직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유엔 결의가 없이도 미국은 군사행동을 단행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베이커 장관은 또 소련도 이라크의 평화적인 쿠웨이트 철수에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히고 미국의 동맹국들은 페르시아만사태 해결에 있어 정치적으로 미국편에 설 것이며 군사행동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미군과 함께 싸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를 방문했던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는 후세인 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간의 직접회담을 제안했다고 교도(공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중소와 이견 해소돼 개전명분 축적/병력증강은 외교해결 압력 관측도(해설)
8일 부시 미국 대통령의 페르시아만 병력 증파결정은 즉각적인 대 이라크 개전여부를 떠나 페르시아만 위기가 새로운 단계로 돌입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국면이다.
이같은 결정의 실천이 완료되면 50만명에 이르게 되는 다국적군은 방어에서 공격전열로 전환되는 것이며 병력 이동기간중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동맹국간의 신외교 수습노력에 무게가 더 실리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추가파병 규모를 언명하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이 엄포가 아니라 정말로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일단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특히 이번 조치가 소련등 관계국들과도 의견조정을 거친 후 이루어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은 이번 발표에 앞서 베이커 국무장관을 사우디ㆍ이집트 등 중동 관련국들과 소ㆍ영ㆍ불 등을 순방케해 무력사용에 대한 관련국 의사를 타진했다.
또 무력사용 때의 명분축적을 위해 유엔으로부터 무력사용의 동의를 얻어내려는 노력을 동시에 벌였다.
지금까지 무력사용을 반대해 왔던 소련은 베이커와 셰바르드나제 소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라크가 끝내 철수하지 않는다면 무력사용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미 입장에 동의했다.
베이커 국무장관이 카이로에서 만난 중국 외교부장도 유엔의 무력사용 승인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치 않을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변화가 반드시 전쟁으로 연결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도 역시 사담 후세인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즉 미국이 정말로 무력을 사용할 의지가 있으며 그럴 경우 이라크는 미국의 막강한 화력으로 잿더미화 될 수 밖에 없으니 빨리 쿠웨이트에서 철수하라는 마지막 신호라는 것이다.
미국이 완전한 공격전열을 갖춘 후에도 이라크가 철수를 거부할 경우 전쟁 발발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추가배치가 진행되는 앞으로의 2∼3개월 동안에 외교적 돌파구가 생겨날 것으로도 보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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