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세력 정당 만들었다/닻 올린 민중당… 성격과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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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중주체」 표방… 좌파 뿌리내릴지 관심
진보적인 운동권정당을 자처하며 10일 창당한 민중당은 이념정당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갈지를 보여줄 이정표가 될 것이다.
민중주체의 민주주의 실현을 이념으로 하여 출범한 민중당은 그 주체ㆍ목표가 기존의 보수정당과는 근복적으로 판이하다.
민중당은 스스로 소수의 진보적 지식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투쟁을 해온 각계 인사들이 건설한 것이며 앞으로 노동자ㆍ농민ㆍ학생ㆍ여성ㆍ교수 등 그들이 일컫는 진정한 민주세력들이 중심히 돼 움직여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운동권 정당으로 규정하면서 운동의 영역을 정치분야에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민중이 주인이 되는 정부수립」과 「민중주체의 개방적ㆍ자립적 경제구조 건설」 등이 궁극적 목표다.
이들은 창당선언이나 강령에서도 근본적 사회변혁을 통해 「해방된 삶」 「새로운 사회건설」을 표방했다.
강령 중 경제부문을 보면 독점재벌 해체,주요 기간산업ㆍ금융기관ㆍ천연자원ㆍ일정규모 이상 토지 등의 국유화 및 노동자의 경영 참여보장,소득분배 구조의 전면적 개혁 등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좌파에 대한 거부감 등을 의식해 이들은 사회주의자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계획경제를 강조하지만 자신들은 계획적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전면적인 국유화가 아닌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부」의 국유화를 주장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특수한 정치ㆍ경제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서구의 사회민주주의와도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굳이 말한다면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어떤 존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운동권정당이지만 화염병이 아닌 선거를 통해 의지를 실현해나갈 것임을 확실히하면서 사안에 따라서는 자신들이 비판해온 평민당 등 보수야당과 협력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아무튼 이런 진보적인 세력이 51개 지구당을 창당하고 2만여 당원을 확보,출범할 수 있다는 것은 청치권이나 전반적인 국민의식이 어느 정도 변하고 있음을 실감케 해준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ㆍ혐오감 팽배,소외계층확대와 자각 등이 재야의 정치세력화를 가능하게 한 토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중당이 정당으로서 발전하고 의회에 진출하기까지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장애요인은 기존 정당의 경제와 재야운동권의 분열 등이다. 재야에는 정치권 진입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정당추진에 동의하면서도 기존야당과의 야권 통합에 기대를 거는 세력들로 나눠져 있어 결집된 추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진보세력 또는 좌파세력에 대한 국민적인 의구심과 기피심리다.
다소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해방 이래 반공보수 이데올로기가 확고히 자리한 현실에서 이들이 발붙일 여지는 여전히 좁은 편이다.
이들의 기반이 되는 농민ㆍ노동자들도 기존정당이나 지역감정으로 분열돼 있다.
당원ㆍ당비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것도 민중당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민중당이 대중 정당으로서 뿌리를 내려 진정한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하려면 보다 신축적인 노선과 포괄적인 인적 역량을 갖출 수 있어야 될 것이다.<김현일기자>
◎창당주역 이우재 상임대표/“선거에 적극 참여 의회진출 시도”
10일 재야운동세력에서 진보정당으로 변신한 민중당의 창당주역 이우재 상임대표는 『새로운 사회변혁 이론에 기초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를 운동권정당이라고 말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우리는 화염병을 쓰지 않을 것이며 화염병으로 민주화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창당까진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정당을 하기로 하고 나온 민연추가 갈라지는 바람에 「운동권 역시 분열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도록해 이미지가 실추됐다.
창당 비용은 그럭저럭 꾸렸지만 민중재정원칙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확보한다는 게 큰 어려움이다.
­강령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었는지.
『각 운동세력이 모이다보니 「정말 사회주의를 하는 것이냐」는 등 말이 많았다.
사회주의나 사회민주주의 모두 우리 실정상 문제가 있으므로 민중주체의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했다. 둘의 중간을 택한 것 같은.…』
­민중당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 대표가 머뭇거리자 배석했던 장기표 정책위의장이 『좌파다. 레프트가 확실하다』고 답변.).
­과거 한겨레당ㆍ민중의 당과는 어떻게 다른가.
『민중의 당은 뜻은 좋았으나 젊고해서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전노협 결성 등 객관적 여건이 크게 나아졌다. 민중역량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보수야당과의 관계는.
『통합은 아니고 연합을 주도해나갈 것이다.
평민당 등도 왜 야당표를 갈라먹느냐고 불평하지만 독식하려들면 곤란하다.』
­국민의 거부감을 해소할 방안은.
『비타협투쟁은 하겠지만 운동권과 방법론은 다르다. 선거 등에 적극참여,의회진출을 시도하겠다. 다음 총선에서 우선 10∼15석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 대표는 36년 충남 예산 태생으로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61년에 민족통일연맹사건으로 구속됐으며 79년에는 크리스천 아카데미사건으로 3년 4개월을 복역했고 86년 자민통 민중연대위원장,89년 전민련 강사를 역임했고 민중당 창당중비위원장 일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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