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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한·일 기업이 재원 조성해 강제징용 배상” 일본에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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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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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은 19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을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재원으로 피해자들에게 대위변제(제3자가 변제한 뒤 추후 채무자에게 구상권 행사)하는 방안을 꺼냈다. 민관협의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드라이브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뉴욕에서 약 55분간 하야시 외상과 회담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외교부가 네 차례에 걸쳐 진행했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한 민관협의회의 논의 내용과 지난 2일 광주에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들은 의견 등을 공유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는 민관협의회가 어떤 결론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상의 중론은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재원을 조성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라며 “박 장관도 이를 하야시 외상에게 전달하고 다음 스텝인 정상회담으로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여러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고 (분위기가) 좋았다”며 “관계개선을 위해 양국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상도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관계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을 거론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일본 TBS가 전했다.

다만 대위변제안은 그동안 피해자들이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피해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때처럼 정부가 답을 정해 놓고 발표하는 건 후폭풍이 크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아직 한국이 제시한 해법이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에 소극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형식은 안갯속이다. 이날 회담 후 박 장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고, 하야시 외상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이날 “정식 회담이 아닌 약식회담(Pull Aside)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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