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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의, 정부 바뀌어도 이행해야”…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첫 현안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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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18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며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잊혀진 삶을 살겠다”던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현안에 메시지를 내며 ‘장외 정치’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공개된 축사에서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 10·4 남북정상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들”이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들”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주도적 입장에서 극복하고 헤쳐나갈 때 비로소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내고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평화의 길을 개척했다. 이런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임기 중 남북대화가 단절된 데 대해선 “아쉽게도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교착됐고, 남북과 북·미 간 대화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만 했다. 북한을 향해선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합의 준수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신뢰가 쌓이고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짧게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3국 순방길에 오른 날 메시지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번 메시지가 현 정부에 대한 경고이자 정치 재개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주변에 정치 현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도 한다. 지난 16일 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를 방문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최근 정치 상황에 문 전 대통령의 우려와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 특히 한반도 상황과 국제 정세에 여러 말씀을 하셨다”고 썼다.

김형준(정치외교학) 명지대 교수는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최고 업적으로 자부하는 남북문제가 도전받자 이른바 장외 그림자 정치를 보여준 것”이라며  “또 언제든 정치 전면에 부상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 것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 측은 “9·19 합의 4주년에 낸 메시지일 뿐”이라며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이란 추측은 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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