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던롭 피닉스 첫날 4오버 부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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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왔다 가셨나 봐요."

"우리 형님은 바빠서 오래 있지 않고 금방 가신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피닉스 토너먼트 1라운드가 열린 16일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골프장(파 70). 양용은과 캐디인 재럿 러브(호주)는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러브는 평소에도 양용은이 부진할 때면 "이번 홀은 당신 형이 와서 친 것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려라"라는 농담으로 기분을 풀어준다.

양용은은 이날 피닉스 골프장의 찌푸린 하늘 아래서 4오버파(버디 1, 보기 5)를 쳐 84명 중 공동 57위로 부진했다. 그러자 러브가 또 농담을 던졌고, 양용은은 "형님은 바빠서 금방 가실 테니 내일 잘 치겠다"고 응수하며 기분 좋게 경기장을 떠났다.

러브는 머리가 좋고 사람의 마음도 잘 읽어낸다. 일본에서 함께 활약하는 김종덕(나노소울)은 "러브는 컴퓨터처럼 코스를 파악하는 스타일이어서 선 굵은 경기를 하는 양용은과 궁합이 딱 맞다"고 말했다. 양용은의 스윙에 문제가 생기면 몰래 김종덕에게 와서 스윙을 좀 봐주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를 고용한 '사장'이 기분 나쁘지 않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최경주와 그의 스코틀랜드인 캐디가 '돈키호테와 충성스러운 신하 산초'의 관계라면 양용은과 러브는 '유비와 제갈공명' 같은 관계다.

양용은은 "2004년에 재럿 러브를 만나자마자 일본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며 "마음 맞는 캐디 없이 혼자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주 HSBC 챔피언스에서 우즈를 꺾고 우승한 양용은은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역시 우즈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한 데이비드 하웰(영국.세계 14위)과 함께 1라운드를 치렀다. 두 선수는 우즈를 꺾은 일을 되새기며 즐거워하기도 했지만 하웰은 7오버파로 양용은보다 3타를 더 쳤다.

이 대회 3연속 우승을 노리는 우즈는 3언더파 67타를 쳐 단독 선두 가타야마 신고(일본.5언더파)에게 2타 뒤진 공동 3위에 포진했다. 332야드의 13번 홀(파4)에서는 티샷을 그린에 올리기도 했다. 우즈는 "지금이 당신의 전성기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며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김종덕이 2오버파 공동 30위로 한국 선수 중에는 가장 성적이 좋았다. 호주 교포인 이원준은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1위(292야드)로 장타를 뽐냈으나 4오버파로 양용은과 함께 공동 57위에 그쳤다.

미야자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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