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시간 20분 관통한 괴물…'힌남노 악몽' 아직 안 끝났다

천리안 2A호 위성이 6일 오전 7시에 관측한 태풍 힌남노의 모습. 기상청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6일 2시간 20분가량 영남 지방을 관통한 뒤 오전 7시 10분에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새벽 04시 50분쯤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했고, 오전 6시에 부산 등 경남권 동부를 지나, 07시 10분에 울산 앞바다로 진출했다”고 밝혔다.

힌남노는 상륙한 뒤에 세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부산 인근을 지나던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중심기압 955h㎩(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0m로 여전히 강도 ‘강’ 수준의 강한 세력를 유지했다. 강풍 반경도 400㎞에 달할 정도로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힌남노는 내륙을 휩쓰는 동안 2003년 최악의 피해를 남겼던 태풍 매미와 비슷한 수준의 중심기압을 유지하면서 강한 위력을 과시했다. 앞서 1959년 사라와 2003년 매미가 상륙했을 때 국내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중심기압 최저치는 각각 951.5h㎩, 954h㎩이었다.

경북 포항 한 시간에 110㎜ 기록적 폭우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일대가 물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특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영남 지역에는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경북 포항은 한 시간에 110.5㎜에 이르는 기록적인 양의 비가 내리면서 침수와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경남 통영 매물도에는 초속 43.1m, 제주(고산)는 42.5m에 이르는 폭풍급 강풍이 불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이 거제에 상륙하는 시기에 시속 200㎞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함께 불었고, 매우 강한 비구름대가 경남 해안을 강타했다”며 “이번 태풍은 매미에 버금가는 피해를 준 태풍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예상 경로. 기상청

동해에 진출한 힌남노는 오전 중에 울릉도 동쪽을 지나 정오쯤 울릉도 북동쪽 약 100㎞ 부근 해상을 지나갈 예정이다. 이때도 태풍의 강도가 '강'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울릉도 지역에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힌남노는 이후 자정쯤에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전까지 경상 해안가에 많은 비”

6일 오전 제주도 남원읍사무소에 태풍 힌남노에 날라온 가건물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태풍이 빠져나갔지만, 내륙 지역은 오전까지 경상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오전까지 경상 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시간당 40~70㎜의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강원 영동과 경상 내륙, 울릉도에는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비가 오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바람도 강하게 불 전망이다. 동해안은 태풍의 영향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은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북서쪽의 건조한 공기가 메우면서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오늘은 제주도 해상과 남해상, 서해 남부 먼바다에서, 오늘과 내일 오전 사이에는 동해상에서 바람이 초속 14~50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2m 이상으로 매우 높게 일겠으니 선박이나 양식장 등 해상 시설물 피해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우 예보분석관은 “태풍이 빠져나간 이후에도 오전까지 경상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100~150㎜ 더 내릴 수 있다”며 “경상권 중심으로는 추가 피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