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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산 덕에 ‘중계무역 순수출’ 사상 최대…경상수지 흑자 배경

중앙일보

입력

기업들이 해외생산을 확대하면서 ‘중계무역 순수출’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과거와 달라진 한국의 산업생산 구조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유지 배경으로 꼽힌다.

5일 한국은행ㆍ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계무역 순수출은 전년 대비 25억7460만 달러 늘어난 221억347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119억2580만 달러를 기록 중인데, 현 추세를 유지하면 4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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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무역은 해외 현지법인이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만든 상품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현지나 제3국에 파는 무역형태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해외 생산 및 수출이 늘었다는 의미다. 보호무역주의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그간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올해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6월까지 경상수지는 248억 달러 흑자를 기록 중이다.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와 비슷한 성격의 '상품수지' ▶이자나 배당ㆍ임금 등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여행ㆍ운송 등 '서비스수지'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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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경상수지 통계를 낼 때 포함하는 상품수지는 6월까지 200억1430만 달러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상품수지는 상품 수출입을 따진다는 점에서 무역수지와 성격이 같지만 통계를 내는 주체가 다르고 방식에서도 차이가 크다. 상품수지는 한은에서 집계하는데, 상품 수출입 거래 과정에서 오간 대금(소유권 이전)에 초점을 맞춘다. 중계무역 순수출도 상품수지에 들어간다.

반면 무역수지는 관세청 통관 기준으로, 물품이 한국 국경을 넘어 나갔냐(수출) 들어왔냐(수입)를 주로 따진다. 중계무역 순수출을 포함하진 않는다. 한국 국경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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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무역 순수출이 상품수지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0.7%에서 지난해 29.0%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는 상반기 59.6%까지 치솟았다. 올해 국내 수출입에서 구멍 난 부분을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ㆍ판매를 통해 메운 셈이다. 이런 중계무역은 국내 수출입과 달리, 원화가치 하락과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최근 조선업 수주 호황도 상품수지 흑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계약ㆍ중도금이 꾸준히 밀려 들어오면서다. 무역수지는 이와 달리 선박을 완공해 해외로 넘기는 때가 돼서야 수출액으로 집계해 시간차가 있다.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해서 벌어들인 배당ㆍ이자소득 등을 포함하는 본원소득수지도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했다. ‘서학 개미’란 말이 나올 만큼 해외 주식ㆍ펀드 투자가 크게 늘어서다. 6월 배당ㆍ이자로 번 돈(투자소득수지 흑자)만 28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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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무역수지 적자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은 1998년부터 25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맘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수출이 꺾여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한다면 경상수지도 타격을 받게 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연간으로 상당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 둔화로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올해 연간으로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내년까지 장담할 순 없다”며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 미국 정부의 전기차ㆍ반도체 투자 확대 등 영향으로 수출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내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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