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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혁명기념식 “총격 소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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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열대 근처서 엽총 2발 발사/모스크바 10만군중 반정시위/고르비 개혁위기 경고… 단결호소
【모스크바 AFP=연합】 7일 소련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볼셰비키혁명 73주년 기념식은 약 10만명의 반정부 시위군중이 공식행사가 열린지 두시간 뒤 30분 동안 「러시아인민의 대량학살 개시」에 반대하는 시위행진을 벌이는가 하면 한 남자가 고르바초프 대통령 근처에서 총 두발을 쏘는 사건이 발생하는등 소란속에 치러졌다.
이날 반대시위를 벌인 군중들은 민족주의 깃발과 「붉은광장에서 레닌을 추방하라」「소련 공산당은 물러가라」「우리는 이제 공산당 없이 살 수 있다」는 등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약 3천명의 경찰은 시위군중이 붉은광장으로 들어오자 레닌묘소 주변에 집중배치,시위군중의 묘소 진입을 차단했다.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과 가브릴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도 이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다른 간부들은 공식행사가 끝난 후 곧바로 붉은광장을 떠났다.
또한 기념퍼레이드가 진행되던 도중 한 남자가 레닌묘소 위 사열대 부근에서 총 두발을 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현장을 목격한 타스통신의 한 기자가 말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 남자는 모스크바시 바우만 지역 대표들 틈에 끼어 붉은 광장을 행진도중 고르바초프 대통령등 지도부 인사들이 서있던 사열대에서 불과 80m 떨어진 지점에서 총신을 일부 잘라낸 사냥총을 두발 발사한 뒤 곧 체포됐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페레스트로이카에 따라 시행중인 소련의 정치ㆍ경제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국내의 모든 세력이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행한 연설에서 모든 세력의 단결을 호소하고 국내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민족분규가 확산됨에 따라 개혁정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파의 리슈코프 총리와 급진개혁파의 옐친이 각각 좌우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우리 선배들이 이상으로 여겼던 것들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혁명 기념식에서는 통상국방장관이 연설하는 것이 관례로 소련의 최고지도자가 연설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이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12분간에 걸친 연설은 주목을 끌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후 붉은광장에는 전통적인 탱크 및 군장비의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이날 퍼레이드에는 지난 85년부터 일선에 배치됐으나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최신예 SS­25 이동식 ICBM대륙간 탄도탄이 첫 선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군사 퍼레이드가 끝나자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등 인사들과 함께 단상에서 내려와 일반시민들과 함께 행진을 시작했는데 고위 지도자들이 일반시민과 함께 행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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