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진열의 경제학 … 상품 궁합을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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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운열(32)씨는 주말마다 색다른 취미를 즐긴다. 할인점 쇼핑에 나서면서 아내가 생필품을 고르는 동안 술을 고르는 재미다. 부부 쇼핑이 잦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러나 김씨가 술을 집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할인점의 진열마케팅 기법에 빠져든 것이다.

◆제품 달라도 궁합만 맞으면=뉴코아 킴스클럽 강남점은 한 달 전에 매장을 개편하면서 주류를 조미료.식용유 코너 옆으로 옮겼다. 킴스클럽에 따르면 조미료와 식용유 등 가공식품 매장은 주부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동선에 있다. 같은 동선 끝에는 주부들이 많이 찾는 기저귀 코너가 자리 잡고 있다. 킴스클럽은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크게 좌우로 나눠져 있는데, 반대편에 있던 술을 주부들이 즐겨 찾는 물품 동선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킴스클럽 강남점 문병인 차장은 "주류를 가공식품 코너 옆으로 옮기자 신기하게도 10%가량 매출이 늘었다"고 전했다.

통상 할인점의 진열은 '골든 존' 방식을 따른다. 소비자의 시선과 동선은 항상 오른쪽으로 향하게 마련. 그래서 오른 쪽에 주요 매장인 신선매장을 설치한다. 같은 진열대에서도 고가에서 저가 순서로 진열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연관 진열' 추세다. 제품군이 달라도 궁합이 맞는 상품을 나란히 진열, 매출을 극대화한다. '양은냄비와 라면' '자동차용품과 졸음방지 껌' '만두 옆에 올리브유' 식이다.

롯데마트 일산 주엽점 상추코너에 쌈장(左)이, 계란 코너에 계란에 부쳐먹는 소시지(右)가 진열돼 있다. [조용철 기자]

◆눈에 띄게 오르는 매출=광주광역시 이마트 광산점. 처음에는 올 들어 유행한 식초 음료를 식초코너에 진열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매출이 신통치 않았다. 급기야 올 8월 생수 코너로 옮겼다. 적당한 비율로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음용 식초의 특성을 활용한 것. 그 결과 다섯 배가량 식초 음료 매출이 늘었다. 이 진열방식은 이마트의 다른 점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올 초부터 정육코너에서 '불고기 양념'을 판다. 올 1~10월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조미료코너에 있었을 때보다 매출이 58% 늘었다.

롯데마트는 또 지난 9월 서울역점 등의 케이크매장에 와인을 시범적으로 진열했다. 생일잔치용으로 케이크를 사면서 와인도 함께 구입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9, 10월 두 달 동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케이크(21%)와 와인(28%) 모두 올랐다.

CJ㈜는 '백설 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라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아예 계란 진열대를 염두에 두고 이름을 지었다. 지난해 7월 출시 당시 소시지 매장에 배치됐었는데, 올 들어 계란코너에도 자리 잡았다. 롯데마트 일산 주엽점의 경우 하루 5~10개 정도 팔리던 것이 평일 60~70개, 주말 150~200개가 팔린다.

◆주말쇼핑 이렇게=이번 주말에 기사와 그래픽을 감안해 부부가 함께 쇼핑해보세요. 쇼핑의 재미가 훨씬 더할 것입니다. 물론 모든 할인점이 이 같은 진열형태로 돼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관진열은 아직 보편화하지 않았고, 할인점 특성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혹 상품배치가 마음에 안 들거나 불편해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연락해주세요.

정선구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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