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5%, 네이버 -37%, 카카오 -35%…개미들 많이 산 종목 더 떨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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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회사원 박모(48) 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이오 관련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 지수가 빠진 만큼 저점 매수의 기회라 생각해서였다. 그는 주가 상승을 확신하고 현금 2000만원에 신용융자 2000만원으로 주식들을 샀다. 하지만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신용융자 이자를 내며 버티던 그는 결국 이달 초 강제 청산(반대매매)을 당했다. 박씨의 최종 수익률은 -57%였다.

‘개미’ 투자자들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1%에 그친다.

개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우량주로 꼽히는 종목을 주로 샀지만, 이들 종목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이 기간 수익률이 -53.7%였다. 네이버(-37.1%)·LG생활건강(-35.3%)·카카오(-34.9%) 등에서도 30% 넘는 손실이 났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개인 투자자 중에선 주가 반등을 확신하고 ‘빚투’에 나선 경우도 많았다. 개인의 순매수 1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경우 8월 30일 기준 융자 잔고 수는 993만여주(6149억원)에 달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 투자자는 금리가 높은 신용융자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융자 거래의 대부분은 개인 투자자가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리가 오르면서 신용대출이나 신용융자로 주식을 산 ‘개미’는 원금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개미는 주가가 하락할 때 이를 저점 매수의 기회로 보고 신용 거래에 뛰어드는 패턴을 보였다. 예컨대 올해 개미 순매수 종목 중 가장 큰 손실을 낸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가가 하락할 때 신용융자 잔고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1월 3일~28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5만9100원에서 3만9650원으로 32.9%가량 하락했다. 이 기간 융자 잔고 수는 112만주에서 214만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신저점을 기록했던 8월 23일, 카카오뱅크의 융자 잔고는 전날 190만주에서 284만주로 하루 만에 두배 가까이 뛰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들은 관심 종목이 급락한 뒤 저점을 형성하면서 횡보할 경우, 주가가 바닥인 것으로 인식하고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용융자를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주식시장으로 봤을 때도 ‘빚투’는 7월을 기점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다. 7월 초 17조원 수준이었던 신용융자 잔고는 30일 기준 19조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증시가 활황이었던 2020년 12월의 잔고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고금리로 인해 이자율 부담이 높아지면서 반대매매의 위험이 커지고 있단 점이다. 최근 증권사는 잇따라 이자율 인상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9일 신용융자 이자율을 대출 기간에 따라 0.4∼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6.9~8.9%였던 영업점 계좌 신용융자 이자율은 7.4~9.3%로 늘어났다. KB증권도 오는 1일부터 현재 4.6∼9%인 이자율을 4.9∼9.5%로 올린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를 것이 기정사실로 된 데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 여파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신용 거래는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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