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쌍방울그룹의 회삿돈 횡령 의혹과 이에 기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수사팀을 질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포함한 핵심 수사 대상 ‘키맨(Key man)’들에 대해 왜 미리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검찰 안에선 김 전 회장 등의 출국 직전까지 수사를 이끌던 신성식(사법연수원 27기) 전 수원지검장을 둘러싸고 책임론도 확산하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최근 홍승욱(연수원 28기) 현 수원지검장 등을 질책했다. 쌍방울 사건의 키맨이자 회사의 실세(實勢)인 김 전 회장은 홍 지검장이 취임한 지난 5월 23일 이후 일주일가량이 흐른 5월 31일께 해외로 출국하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양선길 현 회장을 포함한 다른 임직원, 문제의 쌍방울 전환사채 발행·인수 과정에 긴밀하게 자금 거래를 해 온 KH필룩스그룹의 배상윤 회장 등도 해외에 도피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신 전 지검장에서 홍 지검장으로 수원지검 수장이 변경된 직후 쌍방울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되자 김 전 회장 등이 서둘러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 등은 당시 수원지검의 수사 기밀을 통째로 빼돌린 덕분에 검찰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내에선 홍 지검장의 전임인 신 전 지검장에게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다. 신 전 지검장은 지난해 말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쌍방울의 이상 자금거래 내역을 통보받는 등 수사의 단서를 발견하고도 늑장을 부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신 전 지검장이 친더불어민주당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데다 이 대표와 중앙대 법대 동문인 점 때문에 수사를 주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