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품 이미지 심는다|수출상품 개발 기업들 초비상|높고 험난한 세계시장의 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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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금성사는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본격적인 국제시장전략을 펴 가는데 있어 기존의「골드스타」상표를 유지해 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이미지의 다른 상표를 도입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다. 「골드스타」는 세계 1백55개국에 상표등록이 돼있고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나 그동안 중가품의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
때문에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고급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새 상표도입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금성사는 아직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우선 세계시장의 축도라 할 유럽시장에 대한 수출상표를 새로 정하기로 하고 최근 현지 법인을 통해 외국 작명회사에 이를 의뢰했다.
금성사가 안고있는 이같은 고민은 요즘 수출대기업들간에 공통된 것이다.
값이 싼 맛에 한국 산을 찾던 외국소비자들에게 비싸고 품질 좋은 물건도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상품의 얼굴이라 할 「상표」도 새로 꾸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무턱대고 국내 상표를 그대로 수출상표로 써오면서 본의 아니게 현지 선정상표들의 유사상표쯤으로 몰리거나 문화·언어적 습관의 차이로 엉뚱한 속어로 오해되는 등 수난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수출 대기업들마다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가 하면 외국 유명작명회사를 찾고 현지 조사에 나서는 등 국제적으로 쓸만한 새 상표 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작년 3월부터 유럽수출용 컴퓨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기에 대해 「보텍」이라는 새 상표를 붙였다.
불어로 「당신의」라는 뜻인 「보트르」와 영어의 「테크널로지」(기술)를 결합한 이 상표는 국제적인 유명 작명회사인 인터브랜드사가 약5천만원상당의 용역계약을 하고 유럽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 및 기존진출 상표현황 등을 조사, 개발해낸 것.
태평양화학은 아예 모든 수출품에 대해 사용할 국제간판상표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에 있다.
역시 외국 용역회사를 통해지은 이 상표는 그간 태평양측의 말못할 고민에서 마련된 것.
문제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화장품상표 「아모레」가 수출지역에 따라 예기치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있는 때문이다.
이탈리아어로 「사랑」이란 뜻인 이 말이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거리의 여인」을 칭하는 속어로 쓰이는가하면 미국시장에서는 유사하게 이미 등록된 상표(아모르) 때문에 법적인 등록·보호를 못 받고 있는 형편.
때문에 태평양 측은 미국에서는 「아모리안」, 유럽에서는 「삼미」, 동남아 일부에서는「아모련」등으로 제각각 상표를 붙여야했다.
코오롱의 경우도 본의 아니게 상표문제로 곤욕을 치른 경우.
한국 나이론 주식회사의 영어합성어인 「코오롱」상표가 미국의 속어로 엉뚱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가하면 대신 수출스포츠용품 상표로 쓰는 「액티브」역시 일부 나라들에서 이의 독점적인 상표사용권을 인정치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
그러나 코오롱 측은 그간의 시장구축에 들인 막대한 투자 등을 고려, 다른 상표로 바꾸지도 못하고 당분간 「코오롱 액티브」식으로 기존상표들을 섞어 쓰는 복수전략을 펴나가기로 했다.
한편 국제화에 따른 기업들의 이같은 고민과 움직임을 반영, 국내의 시장의 상표현황 등을 조사해주고 작명을 전문으로 하는 용역회사들이 국내에도 생겨나 한국상표자료센터, 인피니트 등이 이미 활동하고 있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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