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까막눈-읽기 깨우치고 쓰기 익히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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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청소년들이 한자를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많다.
어려운 영어단어나 복잡한 수학공식은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도 정작 실생활에 절실히 요구되는 한자에 대해서는 까막눈인 경우가 많고 그것을 별로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자문화원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한자가 널리 쓰여지고 있으며 이를 잘 모를 경우 겪어야 하는 불편과 불이익은 남이 대신해주지도 않는다.
◇실태=지난 6욀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전국의 12개 대학 신입생 1천2백8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한자실력을 조사한 결과 청소를 제대로 읽는 학생은 24.4%에 불과했고 세수는 35.3%, 탄압은 38.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한민국과 가족을 한자로 못쓰는 학생도 각각 25%와 4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87년 충북대 박병철 교수가 전국의 9개 초·중·고교생 1천9백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학생의 11.2%, 고교생의 7.4%가 자기 이름을, 중학생의 70.7%, 고교생의 58.9%가 부모 이름을 한자로 못 쓰는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었다.
일선 중·고교 국어 및 한문교사들은 이에 대해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주당 1∼2시간의 한문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문을 읽고 쓸 기회가 없는 데다 한문을 낡고 고루한 것으로 생각,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우선 한자를 모를 경우 사회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송재소 교수는 『장차 대학에 들어가 학문을 깊이 공부할 학생이라면 한자를 모르고는 안 된다』며 『철학·사학·문학 등의 경우 한문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본적인 개념파악마저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정초교 홍광식 교장은 『일반 언어생활도 한자를 앎으로써 그 폭과 깊이를 확대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진보·진전·진화」등과 같은 단어의 차이는 한자를 알고 있으면 두 번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며 「당좌이체·절지동물·융기 및 침강」같은 어려운 단어도 쉽게 뜻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홍 교장은 이에 따라 전교생을 대상으로 매일 2∼3자씩 한자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학생 및 학부모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했다.
◇공부요령=상형문자인 한자를 공부할 때는 무조건 읽고 쓰는 것보다 한자 부수와 자모자를 뜯어보고 그 조어의 구조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부수와 자모자에는 일정한 의미와 음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고」하나를 앎으로써「고·고·고」의 뜻을 쉽게 알게되고 「묘」를 앎으로써 「모·막·모」의 뜻과 발음이 쉽게 파악된다는 것이다.
「한문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이상진 대표(서울 숭문고 교사)는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옥편을 찾아 그 음과 뜻, 구조 등을 익힌 뒤 내친김에 그 글자가 들어있는 구 또는 절까지 외는 것이 좋다』며 『읽기와 쓰기를 동시에 하려면 벅찰 수 있으므로 먼저 읽기를 통해 시각적으로 친숙해 진 뒤 그 다음 써보면서 외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 교사는 이밖에 ▲한자는 입시 등에서의 비중은 낮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중요하므로 긴 안목으로 공부할 것 ▲익힌 한자는 일기·편지·메모 등을 통해 자꾸 써 버릇함으로써 잊지 않도록 할 것 ▲한자문 등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는 한자가 많은 것 등에 무리하게 덤벼들지 말고 상용한자 위주로 된 교재를 보도록 할 것 등을 조언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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