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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도, 코로나 재확산도 못 막은 주가 하락[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백신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 SK바이오사이언스

지난 16일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도 동행했는데요. 평소 글로벌 공중보건 문제에 관심이 많은 빌 게이츠 방문이, 그동안 좋지 않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감이 있었죠. 결과는 Fail.

빌 게이츠가 국내에서 SK 측을 만난단 소식이 처음 나온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연속 올랐던 주가는 실제 방문 후 오히려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16일부터 6거래일간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했다는 건 안 비밀(15% 하락). 이제 더는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날아가는 시대가 아닌가 봅니다.

빌 게이츠. 셔터스톡

빌 게이츠. 셔터스톡

SK바이오사이언스가 어떤 회사인지는 지난해 8월 레터에서 이미 다뤘기 때문에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주가인데요. 지난해 9월 34만2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3일 종가 기준 10만9000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난 상황. 주주 입장에선 이게 대체 '머선129(무슨 일이고)' 하시는 분 많으시죠?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 급락을 예상한 곳은 없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며 “연예인과 SK바사 걱정은 넣어두세요란 분위기가 대세였는데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개발생산(CDMO)을 맡은 노바백스 백신의 계약 기간이 연장됐고 추가 배정을 통해 공급 예정 물량까지 늘며 ‘실적’이 보장됐다는 점과 자체 개발한 국내 1호 코로나 백신(GBP510) ‘스카이코비원’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순항 중이었기 때문! 4분기 실적도 매출 기준 약 45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죠.

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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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목표주가 줄하향이 이어진 건 올해 들어섭니다. 핑크빛 전망이 이어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지난해가 실적 최고치 아니었을까?’라는 공포가 시장에 스몄는데요(일명 ‘피크아웃’ 우려!)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죠. 우려가 현실에서 숫자로 찍히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1분기부터 어닝 쇼크가 났고,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4%와 29.1% 줄었는데요. 이는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이 지난해 말 끝난 영향.

엔데믹 전환도 주가엔 악재였습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으나 예전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고, 사람들의 공포 심리도 많이 줄었다는 부분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 건데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않는 한 부스터 샷 수요는 계속 줄어들 테니까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글로벌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공포도 주가에 직격탄이었죠. 바이오 분야는 기본적으로 성장 섹터인데, 미래의 가능성을 먹고 사는 기업은 금리가 오르면 비명을 지르기 마련.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환경도 안 좋은데 실적도 예상을 하회하니 눈높이 낮아지는 건 당연지사. 증권사들은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에 주당수익비율(PER)의 45배가 넘는 멀티플로 기업 가치를 높게 쳐줬는데 이젠 40배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지난해 35만원 선이던 증권가 목표주가는 올해 2월 19만~27만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고, 다시 7월 13만~17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믿을 건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수출인데요. 지난달 30일 유럽의약품청(EMA)에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지난 18일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으니 곧 결과가 나올 듯. 최종 승인이 된다면 EU에 허가되는 7번째 코로나19 백신이 될 텐데 올 겨울과 내년 초 대규모 재확산에 앞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죠. 다만 시장은 “이제 노바백스 말고, 플러스 알파를 내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향후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의 방향성은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보완해줄 지속 가능한 ‘본업’에 달린 셈이죠. 글로벌 M&A를 통한 새 수입원 창출이나 세포·유전자 치료제 CMO 등 신사업 진출과 같은 유의미한 ‘한 방’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갈 길이 멀다

※이 기사는 8월 24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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