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전력망 선진화’ 없인 재생에너지 보급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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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2021년 11월 미국은 ‘인프라법안’을 입법화하여 향후 10년간 약 5500억 달러에 달하는 신규투자를 인프라(고속도로, 다리, 철도, 공항, 항만 등)를 혁신하는데 감행할 계획이다. 전력계통 선진화(Grid Modernization)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 에너지부는 인프라차관 조직을 신설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확대일로에 있는 재생전력 보급확대와 맞물려 전력계통 선진화를 서두르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가속될 전망이다.

기존 전력계통은 교류 기반으로 중앙집중형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이는 전력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형태이다. 그러나 최근 확대되고 있는 재생전력은 직류 기반이거나 변동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 특성상 분산형이 유리하여 재생전력의 확대에는 전력계통의 변환이 반드시 수반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최근 태양광, 풍력을 중심으로 하는 재생전력 확대정책을 펴 단기간에 보급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제한적 계통여건을 고려치 않은 보급정책으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1㎿ 이하 무제한 접속허용정책 시행 이후 늘어난 계통접속 신청을 계통기관이 감당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장기간 접속 지연에 따른 민원이 발생하고, 전력설비 설치 및 유지보수가 곤란한 지역(도서지역 등)에서도 사업허가 후 접속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재생전력 비율이 높은 제주도에서는 생산된 재생전력을 버리는 출력제한도 빈번해지고 있다. 2020년 풍력이 연간 77회 출력제한을 받아 무려 19.7 GWh의 전력이 낭비된 바 있고 태양광의 경우 올해 들어 1분기에 2회 그리고 4월에는 7회나 출력제한을 받는 등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서는 사업자의 입지선택(수익성, 수용성, 접근성 등)을 고려한 계통보강 노력도 필요하나 수요와 계통을 고려하는 재생에너지 보급 또한 필요하다.

올해 도입 예정인 풍력 분야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는 평가 기준에 계통평가를 통해 계통여유지역으로 입지를 유도하는 등 계통여건을 고려한 보급정책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전기화의 확대, RE100 등에 따라 재생전력은 계속 증가할 것이므로, 재생전력의 수용성을 높이는 전력계통 선진화(마이크로그리드 확대 포함)와 입지, 계통, 보급이 함께 상생하는 방향으로의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은 상호 조화 속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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