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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1주택 종부세 공제에 "부자감세"…대선때와 달라진 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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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만지고 있다. 김성룡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만지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특별공제 도입 방침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위 ‘부자 감세’를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심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데, 국민의힘은 당초 야당도 종부세 완화에 긍정적이었던 점을 들며 “몽니를 부린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 이견이 계속되면 50만명가량의 특별공제 대상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기재위원 일동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노골적인 ‘부자 감세’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종부세 특별공제는 고가주택을 소유한 소수의 부자를 위한 명백한 ‘부자 감세’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에 한해 1세대 1주택자들에게 종부세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공제 기준 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시가 약 20억원)으로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급증하자 “부담을 2년 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기재부는 특별공제 도입시 혜택을 보는 대상자가 약 50만명일 것이라고 추산한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집 가진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절차상 이유를 들어 이날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를 ‘보이콧’하기까지 했다. 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국회법에 따르면 ‘위원장은 위원회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를 미리 간사와 협의해서 정한다’고 규정하지만, 국민의힘은 ‘종부세 특별공제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협의없이 상임위 개최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종부세 특별공제 도입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처리 전망은 안개 속으로 빠졌다. 국세청은 다음 달 16~30일부터 종부세 특별공제 대상자를 신청받는데 그전에는 종부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안내문 발송 등 관련 절차가 처리될 수 있다. 만약 다음 달을 넘겨 법이 통과되면 11월 말 고지서 발송 후 종부세 신고·납부 기간인 12월 1~15일에 납부 대상자가 직접 세액을 수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8월 안에는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과 정부의 입장이다.

종부세법 개정안 심사가 첫발도 떼지 못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종부세 특별공제 도입안이 민주당 몽니로 인해 좌초될 위기”라며 “종부세법 개정의 시기를 놓치면 입법부의 직무유기로 인해 약 50만명의 납세자가 피해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결국 국민의힘은 단독으로 기재위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전체 기재위원 26명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10명에 불과해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설득하려는 움직임도 시작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기재위 간사는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지만, 좀 더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종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종부세가 중과할 수밖에 없어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정부는 종부세 특별공제 도입안을 발표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심사 개시도 못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뉴스1

지난달 정부는 종부세 특별공제 도입안을 발표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심사 개시도 못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뉴스1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종부세 특별공제 도입에 무작정 반대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종부세 완화안을 민주당 지도부도 진지하게 검토했는데 지금 와서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를 위한 종부세 완화안이었다는 것을 자백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 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여·야 대치가 현재 공석인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직을 손에 넣기 위한 기싸움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조세소위 위원장은 정부 세제개편안 심사를 주도하는 역할인만큼 여당에서 맡아왔는데, 민주당은 “견제를 위해 이번엔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나친 정치공세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조세소위위원장 건이 어느정도 정리되면 민주당도 논의에 협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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