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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크림반도 꼭 탈환할 것"…美, 4조원 무기 또 보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지난 21일 수도 키이우 시내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전시된 러시아군 탱크를 구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지난 21일 수도 키이우 시내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전시된 러시아군 탱크를 구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잔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당장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내놨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24일)을 전후해 민간 기반 시설과 정부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이용 가능한 가장 안전한 교통 수단을 이용해 당장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역의 안보가 매우 불안정하며, 갑자기 악화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미국 대사관의 이같은 경고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악랄한 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시민들은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 직후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 강화를 우려해 수도 키이우의 대규모 독립기념일 행사도 취소했다. 키이우 당국은 시내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전통 퍼레이드 행사 대신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 등을 도로에 전시했다.

이날 크림반도 남쪽 세바스토폴 인근에선 폭발음이 들렸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러시아 측은 자국의 방공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를 해상에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드니프로에는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현지 당국 관계자가 밝혔다. 보리스 필라토우 드니프로 시장은 텔레그램에 "미사일은 민가에 떨어졌고, 근처에 군사 시설은 없었다"며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크림 플랫폼 회의에서 "8년 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를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크림 플랫폼 회의에서 "8년 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를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크림반도 반환을 논의하는 '크림 플랫폼' 개회사에서 크림반도 탈환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모든 것은 크림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림반도에서 끝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과 사전 협의 없이 어떻게든 러시아군을 크림반도에서 몰아내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크림반도 이외에 러시아군이 장악 중인 (돈바스 지역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22%를 넘겨주라는 어떠한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림 플랫폼은 크림반도 반환과 관련한 국제적 지지 확보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만든 정상급 국제회의로, 약 60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대표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맞춰 30억 달러(약 4조 209억원) 규모의 새로운 군사 지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전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단일 군사적 지원 규모로 가장 크다고 AP가 전했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여성이 침공 초기 러시아군 진격을 막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 옆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여성이 침공 초기 러시아군 진격을 막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 옆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AP에 "무인기를 포함해, 이제껏 전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무기 장비를 지원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중장기 방어 태세 구축을 돕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약 5억 달러(약 6704억원) 이상의 무기를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지원 대상에는 '아이리스-T' 방공시스템 3대, 장갑차 12대, 로켓 발사대 20대 등이 포함된다. 인도 시점은 2023년으로 예정됐다.

영국은 M270 장거리 로켓발사기 지원 대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여성이 23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전시된 파괴된 러시아군 중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 여성이 23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전시된 파괴된 러시아군 중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우크라이나 경찰과 국방부 지원에 385만 달러(약 51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크림 플랫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전쟁 이후 서방 경제가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등에 직면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정부들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무기와 인도 물자 지출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달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 등 유럽연합(EU) 5대 경제 대국의 추가 지원책이 나오지 않은 개전 이후 첫 번째 달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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