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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기준 WHO 수준으로 강화…낮에 뛰는 소리도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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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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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기준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수준으로 강화된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국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정부는 현행 층간소음 기준이 생활 불편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실제로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0~60대 국민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생활 층간소음 노출 성가심 반응 연구’에 따르면, 현재 주간 층간소음 기준인 43데시벨(dB)에서는 실험 대상자의 30%가 ‘매우 성가심’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피해 인정 못 받아…기준 강화”

층간소음 갈등 이미지. 중앙포토

층간소음 갈등 이미지. 중앙포토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주간 43dB, 야간 38dB인 직접충격 소음 기준이 각각 주간 39dB, 야간 34dB로 4dB씩 강화된다. 직접충격 소음은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다. 소음측정기로 1분 동안 잰 평균소음(1분 등가소음도)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소음으로 인한 성가심 비율을 10% 이내로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WHO의 권장수준인 성가심 비율 10%의 소음은 38dB에 해당한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이번에 강화되는 기준인 39dB의 성가심 비율이 약 13%에 해당하여, 실제 느끼는 층간소음 성가심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경빈 환경부 생활환경과장은 “층간소음 피해를 받고 있는 분들이 마지막 단계까지 갔을 때 피해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며 “소음으로 인한 고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적절한 기준으로 강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05년 6월 이전 사업승인을 받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주택 성능을 고려해 층간소음 기준에 5dB의 보정치를 더한 48dB이 기준이었지만, 25년이 되면 41dB로 강화된다.

다만, 층간소음 기준 중 1분 등가소음도 기준을 제외한 최고소음도 기준은 성가심 비율이 10%를 넘지 않아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텔레비전(TV), 악기 소리 등 공기 전달소음은 층간소음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낮아 이번 개정안에서는 빠졌다,

“아이 뛰거나 의자 끌면 기준 위반할 수도”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층간소음 갈등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갈등 건수는 2019년 2만 6257건에서 지난해 4만 6596건으로 2만 건가량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2만 1915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층간소음 기준이 강화되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공동주택 구조 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이 심하게 뛰거나 의자를 반복적으로 강하게 끄는 등의 소음유발 행위는 층간소음이 40dB을 초과할 수 있다. 이 경우 밤은 물론 낮에도 강화된 층간소음 기준을 위반하게 된다.

층간소음 기준을 초과한 것이 확인된 후에도 소음발생 행위가 중단되지 않으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나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피해배상 조정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이웃을 시끄럽게 해 경범죄처벌법 상 인근 소란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경찰에서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환경부는 맞벌이 가족 등을 위해 야간 방문상담 및 소음측정, 소음측정 방문 예약시스템 운영, 현장상담 당일 일괄 소음측정 지원 등 이용자 편의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층간소음 기준 강화를 계기로 이웃 사이에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고 일상 속 소음을 줄이는 생활습관이 정착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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