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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강남 길막고 시위…시민 “500m 가는데 20분 걸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가 사흘째 접어든 가운데 노사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대치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18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가 사흘째 접어든 가운데 노사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대치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18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 영동대로 편도 7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점거한 뒤 연단에 오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관계자는 “악랄한 자본주의 상대는 몽둥이가 약”이라며 “강남 한복판 옥상 광고판을 (우리가) 점령했다”고 소리쳤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하이트진로 건물 옥상에 있는 광고판 밖으로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의 다리가 보였다. 옥상을 점거한 이들은 사흘째 아슬아슬한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하이트진로 측에 손해배상소송 철회와 해고자 복직,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약 70여명은 지난 16일 오전 6시쯤부터 하이트진로 본사 1층과 옥상을 점거한 뒤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중 10여명은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옥상에 설치된 광고판 위까지 올라간 3명은 “무더운 날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도 목숨을 걸고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지상에 있는 조합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의 발아래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m 높이의 에어 매트가 깔렸다.

강남 한복판 도로를 점령한 이 날 집회로 일대 교통 혼잡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경찰이 하이트진로 쪽 4개 차로를 막고 교통을 통제하면서다. 이날 영동대로를 차로 지났다는 40대 이 모 씨는 “평소라면 1분도 안 걸리는 500m 거리를 이동하는데 20분 넘게 걸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회사 인근에 산다는 20대 주민 A씨는 “노조원보다 경찰 숫자가 훨씬 더 많은 거 같은데 소음 등 주민 불편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본사를 점거한 조합원들이 시너와 같은 위험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시너 등으로 협박하면서 공권력을 농락하는 상황인데 왜 경찰은 손 놓고 있느냐”고 말했다.

본사 점거 후 노사는 매일 오전 인근 지구대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이날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때문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이트진로 본사 무단 점거 사태와 관련해 이미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경찰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자진 퇴거를 지속해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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