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근로자 울리는 신용카드/무분별 발급… 씀씀이 헤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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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금 못갚아 월급 가압류/퇴직금으로 정리하려 사직도
신용카드 보급이 확대되면서 일부 카드회사들이 공단근로자들에게 신용카드를 남발,이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하고 씀씀이를 헤프게 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충동구매후 제때 대금결제를 못한 근로자들이 임금을 압류당하거나 퇴직금으로 연체대금을 갚기위해 회사를 떠나는 사례까지 빈발하고 있다.
◇신용카드 남발=서울 구로1공단 H사에 근무중인 강성환씨(29)는 9월중순쯤 자신이 신청한적이 없는 A카드를 우편을 통해 받았다.
강씨가 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어 발급경위를 묻자 회사측은 공연티킷예매ㆍ여행수속 등 무료서비스를 열거하며 회원이 되기를 권유하더라는 것이다.
당시 이 신용카드회사는 회원 1명 확보의 경우 5천원,가맹점확보때는 2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확장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카드회사는 월수입 등 회원자격심사를 엄격히 하지 않거나 발급신청서에 대리사인을 해도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
구로공단지역업체에 따르면 이같은 카드남발로 지난해 회사별로 근로자의 10%에도 못미쳤던 카드소지자가 최근 20∼30%까지 늘었고 2∼3개의 카드를 가진 근로자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과소비=구로공단과 인접한 서울 독산동 G스탠드바 종업원 장모양(21)은 『최근 한번에 5만∼10만원어치의 술을 마시는 공단근로자들이 부쩍 늘었는데 이들 가운데 2명중 1명정도는 카드로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동 G전자대리점에 따르면 카드로 VTRㆍ오디오기기 등을 구입하는 근로자들이 작년만해도 거의 없었는데 요즘엔 하루 2∼3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임금압류ㆍ퇴직=B카드를 가진 구로3공단 K사 서모씨(32)는 연초에 대출받은 30만원을 포함,2백47만5천원이 연체돼 최근 H은행으로부터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급여가압류 신청을 당했다.
S은행으로부터 카드를 발급받은 가리봉동 B사 최모씨(28)도 4개월동안 1백70여만원이 연체돼 최근 남부지원으로부터 급여가입류 결정을 받고 매달 월급의 50%를 강제로 징수당하고 있다.
S은행 가리봉동지점에 따르면 독산동 S사 전모씨(27)는 8월 은행측이 1백90여만원에 달하는 연체대금에 대한 급여가압류 신청을 내자 회사를 그만두고 잠적해 버렸다는 것이다.
구로1공단 H사 김모씨(27)는 9월말 3개 카드연체액이 2백50여만원에 이르자 3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으나 퇴직금 1백80여만원도 모자라 사채를 얻어 갚기도 했다.
이에대해 서울대 홍두승교수(사회학)는 『카드소지에서 오는 충동구매욕구를 근로자들이 이기지 못할때 노동을 경시하는 등 사회적 가치의 전도현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카드회사측도 카드를 남발하면 불량거래자들을 양산,결국 영업손실을 자초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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