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년째 스트레스 가장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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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인 주부들은 이민 2년째에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남편·자녀와의 갈등이 주원인이 되고 있다.
김은경씨(미럿거스대 사회학 박사과정)는 3일 이화여대 중강당에서 열린 한국여성학회 제7차 학술발표회에서 「이민여성과 스트레스」발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뉴욕 및 뉴저지 근교에 살고 있는 교포가정 1백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혼·별거 등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주부는 42명. 결혼한지 l0년이 넘고(60%) 1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70%)고학력 여성(고졸이상 90%)들인 이들은 이민 온지 2∼4년째(60%)를 맞고 있었다.
이민 여성들이 겪는 일반적인 스트레스는 ▲가부강적 권위주의를 없애지 못한 남편과의 불화 ▲자녀 양육문제 ▲가족·친지들과 떨어져 삶으로써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심리적 고립감 ▲언어장애로 은행·병원 등 가사업무를 처리하는데 따른 불안감 ▲흑인동네나 상가에서 사는 경우 이웃과 안정된 사회적 유대감을 상실하는데 따른 불안감 ▲영주권을 획득하기 위해 위장 결혼했던 데서 오는 스트레스 ▲비싼 의료비로 인한 임신중절·무 보험 분만의 스트레스 등. 그 중에서도 부부갈등·자녀관계·직장인으로서 겪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있다고 금씨는 말했다.
즉 이민여성들은 빠른 경제적 안정을 위해 취업하고 있으나 한국식 사고 방식의 남편은 가사에 협조하지 않아 육체적인 피로와 심리적 불만이 생긴다는 것. 설문조사결과 72%가 주부 혼자 가사를 떠맡고 있는 반면 남편과 공동으로 하는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또 남편의 직업도 한국과는 달리 육체 노동직이어서 남편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존경심도 없어져 가정불화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녀들은 미국식생활방식에 젖어들며 언어구사 능력도 주부보다 뛰어나 가사업무를 대신함으로써 주부들이 열등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 영어회화능력 부족으로 자녀의 학교생활과 학업을 지원할 수 없는데서 무 능력감·좌절감이 깊어지며 자녀들의 생활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엄마로서의 자신감마저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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