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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입학’ 맘카페 반발에 놀란 한덕수, 박순애에 보완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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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육부의 학제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육부의 학제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과 관련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실 간부회의 뒤 박 부총리에게 전화해 이같이 밝히며 “아이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과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의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3일 만에 총리가 보완책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러 경로로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학제 개편안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과 국민의 오해를 풀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만 5세 입학 정책이 공개된 뒤 야당과 시민사회뿐 아니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사교육과 돌봄 부담이 커진다” “협의 없이 일방통행을 한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다. 2019년 3월생 딸을 둔 이유정(42)씨는 “만 5세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칭얼거리고 대소변도 제대로 못 가리는 나이다.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들을 수 있겠냐”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첫째와 2019년생 둘째를 키우는 서모(39)씨는 “만 5세는 아직 노는 게 더 좋고 놀아야 하는 아이들”이라며 “한글도 모르는 아이를 붙잡고 미주알고주알한다고 아이들이 받아들이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총리실에선 맘카페 여론까지 샅샅이 살펴 사안의 심각성을 한 총리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학제 개편안과 관련해 단순히 ‘오해’라고 하기엔 정부의 정책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학제 개편을 하려면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숙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의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처럼 민심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처리할 일은 결코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의견 수렴 과정이 선행되지 못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지금부터 다양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정책연구 등을 통해 시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발이 크면 취학 연령 하향 정책을 철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목표는 변함이 없지만 다양한 대안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박 부총리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취학 연령을 1개월씩 앞당겨 12년에 걸쳐 조정하는 방안도 언급한 바 있다. 박 부총리는 조기 입학이 이뤄지면 1학년 교육과정을 기존과는 다른 형식으로 바꾸고 1·2학년의 돌봄 시간을 오후 8시까지 늘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유아교육학회 등 36개 교육 관련 단체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교총 등도 반대 의견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전교조는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며 밀실에서 급조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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