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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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주는 그 동안 폐쇄되어 있음으로 하여 아직도 그 안에 특이한 생활문화와 습속·언어·민요·전설 등을 간직하고 있으며 역사의 흐름과 함께 떠 흘러오면서 겪고 부딪친 굵직한 사건들로 하여 거대한 한 덩어리의 대하소설 그 자체입니다.
이러한 제주도는 나를 운명적으로 이 자리에 매어두고 이 섬을 말하라고 다그칩니다.』
국교졸업이 정규학력의 전부인 소설가 오성찬씨(50), 고시공부를 하려했으나 학력 때문에 막혀 원고지 앞에서 승패를 가름할 수 있는 소설을 택했다는 오씨는 69년 등단이래 지금까지 6권의 중·단편집과 4권의 장편 등 모두 10권의 작품집을 냈다.
이 섬에서 태어나 군 생활 3년을 제외하곤 이 섬에서만 살아온 오씨에게 「제주의 것들」은 작품의 운명적인 소재였다.
『탐라인』 『한라산』 등의 작품은 물론 섬 아이들의 생활에 빗대 유신시대 군사문화를 꼬집은『습작우화』, 추사나 이중섭에서 모델을 구한 『세한도』 『초상화』, 4·3사건을 소재로 한 『단추와 허리띠』 『한 공산주의자를 위하여』 등 그의 작품 중 제주도를 소재로 하지 않은 것은 없다.
『내가 제주도에 살고 작품을 쓰며 느낀 것은 제주도민의 잡초 같은 의지입니다. 모진 바람에 시달려도 더욱 뿌리를 굳게 내리는 민초들의 의지, 유배된 선비들의 후손들에서 나타나는 고집·오기 등이 각박한 역사 속에서 제주도를 지켜낸 힘입니다.』
70년대 제주 지방 신문에 재직하며 40개 마을을 돌면서 취재한 『제주의 향사』, 5년 전부터 10년 계획으로 도내 1백61개 자연부락을 다루고 있는 「마을 연작」작업을 통해 제주의 어제와 오늘을 배우고 있다는 오씨는 제주 사람들의 삶은 하도 특이하기 때문에 논픽션으로 써도 그대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제주역사연구회」회장을 맡아 제주 구석구석의 숨겨진 역사를 찾고있는 오씨는 한 시대가 아니라 제주역사 전부를 한 덩어리로 다루는 대하소설을 구상중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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