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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들 만나는 이준석…‘장외 대표’로 존재감 과시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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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강원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김진태 강원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을 돌며 지자체장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이 대표는 16일 경남 창원 지역 당원들과 모임을 가진 후 경남도청에서 박완수 경남지사를 비공개로 만났다. 그는 6·1지방선거 당시 박 지사의 지원 유세를 위해 김해, 진해 등 수차례 경남을 방문한 인연이 있다. 이 대표 측 인사는 “별다른 뜻이 있다기보다는 전국을 돌며 민심을 듣는 차원의 회동”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로부터 사흘 후인 19일엔 김진태 강원지사를 만났다. 김 지사는 이 대표와 당원들의 간담회가 진행된 강원 춘천시 명동의 닭갈비 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자리를 옮겨 이 대표와 따로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 지사는 중앙일보에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느라 이 대표와 특별한 대화를 나눈 건 없다”면서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동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김 지사도 이 대표와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김 지사가 당내 강원지사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공천 배제)된 데 반발해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자, 이 대표는 이불을 사 들고 농성장을 찾아가 김 지사를 위로했다.

이 대표에게 힘을 보태는 지자체장은 또 있다. 여권 대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 캠프의 뉴미디어본부장직을 맡은 바 있다. 오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중도 사퇴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6일)이라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또 징계가 확정된 뒤엔 “이 대표에게 당의 방침을 수용하라고 조언했다”(11일)고 소개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원내보다 원외에서 우군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원내 인사들은 이 대표를 심정적으로 지지하더라도 2년 뒤 총선 공천을 의식해 이 대표와 대립하고 있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며 “반면 원외 지자체장들은 2026년까지가 임기라 정치적인 운신의 폭이 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장들과의 만남엔 이런 정치적 고려까지 깔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연일 지역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13일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했다. 19일 춘천 닭갈비집 회동 후엔 “강원도의 교통은 더 좋아져야 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은 더 발달해야 한다. 준수도권으로, 네이버 데이터센터와 같은 최신 첨단산업이 많이 유치되기를 기원하겠다”는 글도 썼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춘천을 방문한 날 국회에서는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재한 강원지역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가 열렸다. 그래서 이 대표가 권 대행의 일정까지 정밀하게 고려해 이런 글을 올린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지방을 돌며 지자체장을 만나고 지역 공약을 언급하는 데엔 비록 몸은 떠났지만 여전히 당 대표 신분으로 '장외 대표'의 존재감을 알리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같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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