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인섭 기자]
-제작 동기에 대해 '젊은 배우들을 만나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최근에 말하던데, 자신이 젊지 않다고 느끼나.
"내가 늙었다는 게 아니고, 배우가 최민식이 아니라는 얘기다.(웃음) 그동안 청춘물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청담동 같은 데를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가상의 공간에 갇혀있는 인물들이라서 당대의 유행을 반영하는 청춘물은 아니다. 막상 일해보니 둘 다 애늙은이다. 지훈이는 한국의 40대 가장처럼 일중독자다. 수정양 역시 말도 느릿하고 생활도 까불고 노는 것과 거리가 멀다. 어려서부터 사회생활을 해서 그런지, 그 나이 때의 나와 참 다르더라. 나도 덩달아 젊음의 봄날을 맛보려 했는데…."
-'내 모든 영화는 구원에 대한 영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영화는 남보기에는 비정상이지만, 자기만의 우주가 뚜렷한 남녀 사이의 공감을 그리는 걸로 안다. 다시말해, 공감이 구원의 길이라는 얘기인가.
"공감 혹은 동정심이다. 상대를 아래로 본다는 게 아니라 상대를 측은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그게 사랑 아닐까. 이 소녀는 자신이 전투용 사이보그라서 동정심을 가지면 안된다고 믿고, 소년이 동정심을 훔쳐주기를 기대한다. 정신병동의 환자니까, 치료라고 하면 이런 증상을 없애는 것일텐데, 그건 의사들이 추구하는 '구원'이다. 이 영화는 그보다는 일단'살고 보자'는 입장이다. 일상에서 잘 안쓰는 말이지만 '존재의 목적'이란 대사가 자주 나온다. 사회적으로 쓸모있는 사람까지는 아니어도 죽지 않고, 굶지 않고 사는 것만으로도 구원이라는 시각이다."
-정신병원이 무대라면, 무미건조한 배경을 기대하기 쉽다. 예고편을 보니 색감과 스타일이 화려하더라. '친절한 금자씨'왈, "뭐든 예쁜 게 좋아"라더니.
"그건 금자씨 생각이지. 영화의 스타일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와 인물에 봉사하는 기능이다. 스타일이라는 게 궁궐같은 부잣집에만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설령 군대 내무반이라도 수직.수평의 스타일을 찍을 수 있다. "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초등학생 딸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던 바램대로 됐는데.
"아버지가 감독이라서 집에도 몇 달씩 안들어가고 피해가 많으니까 덕도 보게 하고 싶었다. 어깨 너머로 각본 쓰는 것도 보고, 캐스팅 놓고 엄마.아빠 나누는 얘기도 들었으니까 완성된 영화를 보면 여느 관객과 다른 느낌을 갖지 않을까. 함께 영화를 많이 보냐고? 오즈 야스지로.자끄 드미.세르지오 레오네 같은 고전영화를 같이 보곤 한다. 근데 자기 친구들과는 '캐리비안의 해적'같은 걸 보더라."
-송강호가 흡혈귀로 캐스팅된 차기작'박쥐'는 어떤 영화인가
"고전적인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 예전에는 뭔가 기이하고 낯설고 새로운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박쥐'는 진부한 표현이 있더라도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가도록 하고 싶다. 폭력은 굉장히 강하다. 기본은 로맨스다. "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설국열차'의 프로듀서도 맡기로 했는데.
"프로듀서 일에 욕심이 큰 건 아니다. 봉준호처럼 재능있는 친구는 빨리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시켜서 해외로 내보내야 내가 국내에서 발뻗고 자지.(웃음)"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