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보면 달라요" 손을 즐겁게 하는 '촉각 마케팅' IT 업계에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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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최근 출시한 휴대전화 '샤인'(제품명: LG-SV420/KV4200/LV4200)은 '산고(産苦)'가 적지 않았다. 샤인은 휴대전화로는 특이하게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사용했다. 고급스런 느낌을 주고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소재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LG전자의 휴대전화 연구개발센터인 MC연구소의 디자이너들은 머릿결 모양의 줄무늬를 휴대전화 뒷면에 새기는 '헤어라인(Hairline)' 공법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냈다. 금속 소재에 아무런 무늬가 없으면 뭔가 밋밋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장에서는 손을 내저었다. 시험 제작 결과 10개 중 7개의 무늬가 불량일 정도로 헤어라인 공법을 휴대전화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어라인을 넣지 않으면 샤인을 포기하겠다"는 디자이너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결국 MC연구소는 공장에 연구진을 파견하는 등 석달간 고생한 끝에 줄무늬를 대량으로 새기는 자동화설비를 만들어냈다. 이 회사 이형근 과장은 "머릿결 무늬를 새긴 덕분에 샤인을 만지면 금속 특유의 질감을 손끝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느낌을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이 시각.후각 중심에서 소비자의 손을 즐겁게 하는 '손맛(촉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대량생산과 디자인하기 쉬운 플라스틱에서 과감히 탈피, 금속이나 가죽.나무 소재를 채택해 소비자의 감촉을 즐겁게 해주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손으로 쥐는 느낌'을 중시하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다양한 소재를 시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관에 고무 코팅을 한 '울트라에디션12.9'(SGH-D900)를 유럽에 내놨으며, 조만간 국내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노키아도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패션 휴대전화 '라무르' 컬렉션에 가죽 소재를 채택했다. 대만 아수스의 신형 노트북 PC 'S6F'도 외관과 내부 키보드 아랫부분에 가죽 소재를 이용했다. 올록볼록한 느낌을 살려 촉감이 좋다는 평을 듣는다. 가죽 소재는 질감이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게 장점이다. 나무와 같은 천연 소재를 이용한 IT 제품도 눈길을 끈다. 일본 올림푸스사는 나무로 외장을 꾸민 디지털카메라 시제품을 선보였다. 사용자들이 카메라를 만질 때마다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명품 가방도 촉각을 살리는 디자인이 적지 않다. 그저 민무늬의 가죽 가방이 아니라 가죽 표면에 올록볼록한 엠보싱 처리를 한다든지 특정한 무늬를 로고와 함께 프린트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의 '에삐' 라인이 대표적이다. 가죽 표면에 잔잔한 물결 무늬가 반복되는 에삐라인은 루이뷔통의 히트 상품 중 하나다. 루이뷔통코리아 관계자는 "올록볼록한 촉감 때문에 민무늬의 가죽 가방보다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특히 표면에 흠집이 거의 생기지 않아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서경호.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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