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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갔다 피 토해" 공포의 강남역병…'의심되는 놈'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남에 있는 클럽에 다녀온 뒤,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고 피가 섞인 가래가 나왔다"

최근 서울 강남 소재 클럽을 방문한 뒤 고열·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주장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잇따르고 있다. 누군가에게 맞은 것처럼 몸살기가 심하다거나 열이 심하게 나고 가래·기침이 계속된다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극심한 인후통 등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 탓에 병원에서 진단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이 나왔다는 사례도 있었다. 일부는 가래와 함께 피를 토하는 객혈(혈액 또는 혈액이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배출하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또 회복 이후에도 기침이 지속되고 폐에 통증이 이어진다며 후유증을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강남 지역의 클럽에 다녀온 여러 사람이 이와 같은 증상을 공통적으로 경험하면서 '강남 역병'이라는 말까지 퍼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자체와 함께 역학조사에 나섰다.

두통·고열 유발하는 '레지오넬라증' 유력

 서울 강남역 일대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뉴스1.

서울 강남역 일대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뉴스1.

소위 '강남 역병'의 정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질환은 레지오넬라증이다. 레지오넬라증은 냉각탑수, 대형목욕탕, 욕조수 등에 머물던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사람 간에 감염보다는 주로 같은 환경에 노출된 사람에게 발병하는 환경 감염병이다. 레지오넬라균은 25~45도의 오염된 물에서 증식하는데,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에어로졸(공기 중에 부유하는 작은 고체 및 액체 입자) 형태로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클럽 내 에어컨 등 냉방 시설의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레지오넬라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청도 레지오넬라증에 무게를 두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질병청 관계자는 "레지오넬라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자체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 레지오넬라증이 맞다면 환경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 지자체와 환경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레지오넬라균이든 코로나19 바이러스든, 어떤 감염병이든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 없이 대화하거나 춤추다 보면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두통, 고열, 폐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령·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서 "고령자, 기저질환자, 면역저하환자는 중증 폐렴으로 발전해 생명이 위독할 수 있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은 열나고 기침하는 등 몸살감기처럼 앓다가 특별한 항생제 없이도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성훈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법정 감염병(3급)으로 지정돼 있지만 폐렴으로 입원해 병원에서 균을 발견한 경우는 보고하고, 그렇지 않으면 감기처럼 본인도 모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X-레이 등으로 관찰되는 정형 폐렴과 달리 전신 몸살 등을 동반하는 비정형 폐렴이 의심된다"면서 "레지오넬라균뿐만 아니라 다른 균,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도 의심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레지오넬라증으로 객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레지오넬라증은 보통 상기도(후두·인두·코 안 부위) 감염인데, 객혈 나온다는 것은 하기도(기관·기관지·허파 부위)까지, 폐 깊숙한 곳까지 염증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고령층도 아니고 젊은 층에서 피가래까지 나온 것은 흔한 증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료 사진. pixabay.

자료 사진. pixabay.

그밖에 다른 질환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객혈 증상을 두고는 결핵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하지만 박성훈 교수는 "결핵은 만성적 혹은 급·만성적으로 폐에 남아 있으면서 병변이 커져서 객혈하게 된다"이라면서 "일반적으로 하루 이틀 짧은 시간 안에 결핵에 걸려 객혈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A형 인플루엔자(계절독감)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우주 교수는 "A형 인플루엔자는 유행 시기가 겨울철이라서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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