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밀어붙인 尹…지지율 꺾여도 마이웨이 안 꺾는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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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귀국한 지 사흘 만에 국내 이슈 돌파에 나섰다. 국정 난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여러 인선에 대한 정리부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 형식으로 사실상 낙마시켰다. 또, 사법연수원 동기(23회)인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했고, 경찰청장 후보자론 윤희근 현 경찰청 차장을 사실상 내정했다.

낙마 장관 후보자 3명으로 늘어  

박 장관과 김 의장 인선에 대한 ‘국회 패싱’ 지적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교육부의 과제가 많고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더는 시간을 끌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지만, 별도의 유감 표명은 없었다. 박 부총리와 김 합참의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은 지난달 29일로 종료돼 언제든 임명할 수 있는 상태긴 했다. 청문회 없는 임명은 김창기 국세청장에 이어 두 번째다.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낙마한 국무위원은 3명으로 늘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 4일 자진 사퇴했다. 사진은 김 후보자가 지난 5월 30일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 4일 자진 사퇴했다. 사진은 김 후보자가 지난 5월 30일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이날 인사 발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받는 김승희 후보자의 자진 사퇴발표 직후 언론에 공개됐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선 전문성과 역량에서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하고 도덕성에서도 지난 정부와 비교할 수 없다”고 자평하면서도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힌 뒤 약 3시간 만이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여야 간 교착 상태와 낮은 지지율 속에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대통령실 관계자)이라고 설명했다. 1기 내각의 퍼즐을 서둘러 완성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반도체 인재양성 등 핵심 과제가 집중된 부서란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 부총리는 자신이 안고 있는 부담에 대해 해명 이상의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 원구성 협상 타결 당일, 국회 패싱 인사  

하지만 이날 인사 발표 직후 더불어민주당에선 곧장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언급하며 “결국 박 부총리를 살리기 위해 김승희 후보자를 날린, 사전 기획 속에 강행된 것 아니냐”며 박 부총리의 음주운전 이력과 교수 시절 조교와 학생에 대한 갑질 의혹을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임명 강행의 배경 중 하나로 국회 원구성 협상 지연을 들었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여야 간 원구성 협상이 타결돼 설득력이 떨어진단 지적이 여당에서도 나왔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패싱이란 강수를 뒀는데, 타이밍이 좀 아쉽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여권은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는 중으로,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도 여당의 강력히 건의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선 지난 1일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시작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공개 반대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검에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관련 수사를 의뢰한 것이 결정타였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사안은 크지 않더라도 기소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검증팀에서 어떻게 보길래 계속 이런 문제가 터지느냐”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와 관련해서도 인사 발표 직후, 교수 재직 시절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태다. 민주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빈틈없는 발탁이라는 본인의 발언을 철회하고 인사검증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국민께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부정 지지율 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당의 우려대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과 부정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데드크로스가 발표되고 있다. 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6월 27일~7월 1일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50.2%로 과반이었다. 갤럽의 역대 대통령 취임 후 첫 분기 직무 평가에서도 윤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50%로 노무현 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전 대통령(42%) 다음으로 낮았다. 특히, 부정 평가 응답자 비율은 36%로, 이는 총리 후보자까지 낙마하며 ‘인사 참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23%)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윤 대통령의 지지층 충성도는 매우 낮다”며 “다른 전임자에 비해 지지율의 구조가 상당히 취약한데 경제마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경제와 민생 그리고 외교·안보 이슈에 집중하며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모양새다. ‘하는 일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대(對)국민 홍보 강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일을 국민께 제대로 소통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권 일각에선 홍보가 문제라기보다 대통령의 ‘직진형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찰 특수통 출신이다 보니 사고가 직선적인 경향이 있다”며 “참모들이 정무적 조언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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