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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통폐합은 불법” 확인/지방 MBC주 반환판결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소멸시효 언론 청문회부터 기산/통폐합 피해자들 소송 잇따를듯
법원이 청주와 강릉 MBC에 이어 목포ㆍ여수ㆍ제주 등 지방 MBC 전주주들에게 주식을 되돌려주도록 판결을 내린 것은 80년 언론 통폐합의 불법성을 사법부가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은 당시 주식을 빼앗기고도 아직 소송을 내지 않고있는 MBC의 나머지 13개 지방계열사 대주주들은 물론 TBCㆍDBS와 신아일보 등 폐간된 신문사 주주들에게도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음으로써 앞으로 언론 통폐합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부가 최근 새 민방의 지배주주와 주주들을 선정하는 등 방송구조 개편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TBC 등의 소송이 법원에 접수돼 승소판결을 받을 경우 정부구도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함께 이들 통폐합된 언론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강제 해직된 언론인들도 복직 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처럼 통폐합 언론사나 해직언론인이 원상회복 및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된 것은 법원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불법 행위가 있었던 80년으로 보지않고 국회 언론청문회가 열렸던 88년 12월로 잡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법원의 기산점에 대한 해석은 지난달 22일 5공정권의 정화작업으로 해직됐던 전 KBS직원 2명이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서울고법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언론청문회에서 해직의 불법성이 폭로된 88년 12월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수있다.
실제로 MBC주식 반환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언론 통폐합문제가 6공들어 거론되기 시작해 88년12월 국회 언론청문회를 통해 불법성이 비로소 폭로됐다』며 『따라서 5공시절 공권력에 의해 주식매매계약의 결과가 집행되는 상태에서 주식반환 등 법적 구제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말해 5공하에서는 고도의 강압상태가 계속된 것이므로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자유의 원칙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느나라나 강박에 의한 계약을 무효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진 계약이라 하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날때까지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 유지를 위해 그 계약의 효력을 인정해 주는데 이를 소멸시효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채권의 경우 통상 민사 10년,상사 5년,그이외의 재산권 20년을 소멸 시효로 규정하고 있으나 권리의 성질에 따라 3년이나 1년 등의 단기시효가 있으며 이번처럼 주식인도계약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3년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 강제통폐합이라는 불법 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계산하면 당연히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소송은 자연 각하되어야해 MBC측이 재판과정에서 이를 강력히 주장했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시효의 기산점을 누구에 의해 어떻게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알게된 88년12월의 언론청문회로 잡았기 때문에 원고들에 대해 승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사법부의 해석에 따라 언론통폐합 당시 피해를 본 주주나 당사자들은 91년 12월까지 법원에 소송을 내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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