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븜」남용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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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국내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포스트모더니즘」열풍이 급속히 확산돼가고 있다. 특히 젊은 예술인들 사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미 지배적인 예술사조로까지 수용되고 있으며, 지난 8월말 대학로 소나무 갤러리에서 이들이 중심이 된「포스트모던페스티벌」까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포스트모더니즘에의 과도한 몰입에 대해 학계의 경고성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욱동 교수(서강대·영문학)는 월간『한국논단』1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포스트모더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남용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의 포스트모더니즘 열기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포스트모더니즘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객관적이며 균형된 입장을 취할 것』을 권고하고 포스트모더니즘의 포괄적 의미를 정리했다.
다음은 그 요지.
2차 대전 이후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말이 최근 세계적인 유행어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급속히 수용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기존의 입장은 대체로 ▲저속한 대중문화로 특징지어지는 후기자본주의의 문화논리, 또는 제국주의국가들의 시장 개척을 위한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보는 거부적 입장 ▲현대문명의 병폐를 치료하는 만병 통치약인 듯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으로 대별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은 모두 극단적 관점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는 문학현상을 사회·경제현상과 동일한 차원에서 파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후자는 추상적 산물인 이즘을 너무 순진하게 신봉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떤 단일한 사상체계가 결코 아니며, 따라서 정의 내리기가 거의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이는 20세기 중엽 이후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징후를 지칭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화적·철학적·사회 이론적·자연과학적인 4가지 관점에서 파악돼야한다. 대다수의 그릇된 이해는 4가지 중 어느 한 영역만을 강조하는데서 비롯됐다.
첫째, 문화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권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돼 엘리트 중심 고급문화에도 전하는 대중문화의 다양성·우연성을 강조한다. 둘째, 철학적 차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실재를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전통철학과 달리 편린적·이질적·다원적인 것으로 파악하며, 실재를 파악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한다. 셋째, 사회 이론적 차원에서 포스트모더니즘 현대사회 경제체제의 급속한 변화를 반영, 정보사회·개인주의·과소비를 강조, 조장한다. 끝으로 자연과학의 포스트모더니즘은 토마스 쿤의「패러다임이론」으로 대표되는 확실성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 안정성보다 불안정을, 객관성보다 주관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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