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디올도 사간다…60만번 손길 끝 탄생한 '韓 전통 명품'

중앙일보

입력 2022.06.21 05:00

1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화문석은 강화도의 대표 특산물이다. 공장에서 만든 수입산 돗자리와 달리 강화도에서 직접 재배한 왕골을 말려 60만 번의 손길을 거쳐야 사진 속 화문석이 탄생한다. 강화도령 화문석 박윤환 대표가 6자짜리 화문석을 펼쳐보이는 모습. 최승표 기자

1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화문석은 강화도의 대표 특산물이다. 공장에서 만든 수입산 돗자리와 달리 강화도에서 직접 재배한 왕골을 말려 60만 번의 손길을 거쳐야 사진 속 화문석이 탄생한다. 강화도령 화문석 박윤환 대표가 6자짜리 화문석을 펼쳐보이는 모습. 최승표 기자

“일본에 다다미가 있고, 서양에 카펫이 있다면 한국엔 화문석이 있습니다.”

돌 이름으로 착각할 수 있는 화문석(花紋席)은 교과서에도 실린 인천시 강화도의 특산물이다. 꽃 모양을 새긴 고급 돗자리다. 1980년대만 해도 강화도 인구의 절반이 가내수공업으로 화문석을 짰는데 지금은 20명 정도만 남았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연령층이어서 대가 끊길 위기다. 이런 와중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주목한 40대 화문석 장인이 있어 화제다.

'강화도령 화문석' 박윤환(43) 대표는 서울 외국계 기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가 2014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부모의 대를 이어 화문석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가업을 고스란히 잇거나 옛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젊은 감각을 접목했다. 농업회사법인 '강화도령'을 내고 '자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화문석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었다. 국내외 공예박람회에 나가 화문석을 알렸고, 강화읍 공방 한편에 체험장을 마련해 누구나 화문석을 만들어 보도록 했다.

강화도령 화문석은 명품 브랜드 매장에 인터리어용으로 쓰이는 등 최근 들어 심미성을 인정받고 있다. 강화읍에 자리한 체험장에서 전시품도 보고 직접 화문석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최승표 기자

강화도령 화문석은 명품 브랜드 매장에 인터리어용으로 쓰이는 등 최근 들어 심미성을 인정받고 있다. 강화읍에 자리한 체험장에서 전시품도 보고 직접 화문석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최승표 기자

“1600년을 이어온 전통문화가 사그라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외국 공장에서 만든 값싼 돗자리가 시장을 점령했고 화문석의 재료인 왕골 농업도 힘들어서 점점 사양산업이 됐죠. 고향으로 돌아와 화문석에 사활을 건 이유입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화문석의 가치를 알아보는 분이 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화문석은 100% 수작업으로 만든다. 과정은 대략 이렇다. 벼를 닮은 풀인 '왕골'을 4~5월 심어 가장 더운 7~8월 수확한다. 왕골 줄기를 세 조각으로 쪼개서 말린 뒤 염색한다. 그리고 고드랫돌을 이용해 자리를 짜는 지난한 '바디질' 작업이 이어진다. 6자 크기(160 x 270㎝)의 화문석 가격은 무늬에 따라 80만~350만원. 동네 마트에서 파는 돗자리 가격을 생각하면 비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박 대표는 "2인1조로 12일을 매달려 60만 번의 손길이 오가야 6자짜리 화문석이 탄생한다"며 "수입 돗자리와 달리 장인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예품"이라고 강조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화도에서는 가내수공업으로 화문석을 많이 만들었다. 지금은 60대 이상 장인 일부만이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장인들이 고드랫돌로 화문석을 짜는 모습. 사진 강화도령 화문석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화도에서는 가내수공업으로 화문석을 많이 만들었다. 지금은 60대 이상 장인 일부만이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장인들이 고드랫돌로 화문석을 짜는 모습. 사진 강화도령 화문석

화문석은 실용적이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열을 머금고 있어 따뜻하다. 내구성이 좋아 20~30년은 쓸 수 있다. 요즘은 심미성도 인정받고 있다. 강화도령이 만든 화문석이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국내 매장 20곳에서 인테리어용으로 쓰였고, 최근 서울 성수동에 개장한 디올도 강화도령 제품을 구매했다. 박윤환 대표가 지역 장인과 만든 제품은 영화 '택시 운전사'와 '역린'에도 등장했고, 경복궁·창덕궁 등에도 문화재와 함께 전시됐다. 특급 호텔인 '엠블호텔 고양' 객실에도 깔렸다.

강화도령 화문석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컵 받침, 방석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사진 강화도령화문석

강화도령 화문석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컵 받침, 방석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사진 강화도령화문석

요즘 박윤환 대표는 부쩍 바빠졌다. 코로나가 잦아든 뒤 체험객이 늘어서다. 함께 귀촌해 내내 고생했던 아내가 지난해 암으로 떠나면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화문석 알리기에 매진하며 이겨내고 있다. 체험장에서는 컵 받침(티 코스터), 발, 방석 등을 만드는 체험이 인기다. 박 대표는 "인터넷에서 체험 키트를 구매하는 사람도 많다"며 "전통 문양을 계승하면서도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 개발도 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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