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관계 '찬바람' 가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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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최근 수년간 소원해져온 관계를 '전통적 동맹관계'로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이징(北京) 외교소식통들은 중국이 북한에 적지 않은 '선물'을 제공함으로써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직접 2차 6자회담 수용을 확인함으로써 화답했다.

북.중관계는 2001년 金위원장의 방중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핵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북한에 대해 중국은 경제 지원과 고위인사들의 왕래를 줄임으로써 압력을 가해왔다. 북한이 임명한 신의주 경제특구 장관 양빈(楊斌)을 구속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지난 연말연초에는 金위원장의 방중을 중국이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6자회담 중재역을 자임하는 중국은 吳상무위원장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회담참가를 끌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우선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 명의로 金위원장을 초청함으로써 최근 중국이 金위원장의 방문을 고사해왔다는 소문을 불식시켰다.

또 중국은 한동안 줄여왔던 대북 경제지원을 다시 늘릴 것임을 약속했다. 吳위원장은 방북 첫날인 지난달 29일 '무상원조'를 제시했고 북한도 이례적으로 이를 보도함으로써 만족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봉주 내각 총리와 吳위원장의 회담에서는 북한의 경제재건을 위한 심도있는 지원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 서면안전보장 천명에 조건부 회담 참가 고려 입장을 밝힘으로써 회담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던 북한이 吳위원장 방북에 맞춰 회담 참가를 확정한 것은 중국의 이 같은 '선물'에 응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9월 1차 6자회담 때는 직접 관련국가들에 개별 통보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외교적 고립으로 북한의 대중 원자재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지만 중국으로부터 원유수입량이 1백만t에서 40만t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최근 북한의 경제사정이 악화돼 중국 측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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